[詩가 있는 칼럼] 지느러미
[詩가 있는 칼럼] 지느러미
  • 이용대(시인)
  • 승인 2013.04.01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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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쉼 없이 움직이며 왔었다
아가미보다도 느리게
꼬리보다도 빠르게

힘겨운 물살을
거슬러 오르기도 하면서
성난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가기도하였다

도저히 가르지 못할 거센 물줄기 앞에서는
제자리에서 몇 밤을 머뭇머뭇 하다가도
틈만 보이면 언제나
세차게 헤치며 나갔다

아무도 범접 못할
빛나던 저 지느러미

소용들이 물보라에 찢긴 상처가 깊어져
반쪽이 떨어졌는데도
꿈틀 이고 있었다.

 
이용대 제4시집 - 저 별에 가기까지 - 32쪽에서

비록 후퇴만 거듭한다 해도 살아 있기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생명이 없는 것도 오래 있다 보면 은연중에 모습이 바뀐다. 생물, 살아 있다는 이유 그것 하나로도 굼틀 여야만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것 하나 성한 곳이 없게 된다. 오랜 타향살이에서 모천으로 귀환하는 연어의 지느러미를 보자. 너들 너들 다 헤져있다. 그래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목적지를 향하여 역영(力泳)한다. 비단 물고기 지느러미뿐이 아니다. 길모퉁이에서 좌판을 펴놓고 나물을 파는 노파에게 묻는다. ‘움직여야 살기 때문에..’라며 의치를 드러내며 웃는다. 헤진 손가락, 피멍이든 발가락, 백발이 내려앉아 눈썹까지 하예진 채 쪼글쪼글 주름 간 얼굴.. 그것은 상처를 뛰어 넘은 인고의 여정이고 쉼 없이 움직이며 온 강변 같은 흔적이다. 한 때는 누구나 다 꽃답게 팽팽한 청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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