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엄마가
동생 같은 아길 업고 간다
보채는 울음을
귓전으로 흘리며
조금 남은 하드마저 싹싹 빨아 먹는다
작달막한 모습의 누나 같은 엄마는
우산을 높이 들고
혼자 걷듯 지나간다
등에 업혀 가는 것은
물바가지를 뒤집어쓰는데
싸구려 옷일망정 비에 젖는 것이 아까워
손바닥만 한 우산을 자기 쪽으로만 당긴다
돌 지난 아기 보다는
철없는 엄마가 안쓰러워
커다란 비취 우산을
그냥 건네주었다.
이용대 제3시집 - 바위도 꽃을 피운다- 67쪽에서
생각해 볼수록 여성이란 참 대단합니다. 생명을 잉태하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기를 낳고 어머니가 됩니다. 평소에는 그리 많이 먹지 않던 체질이지만 수태하면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많이 먹으려 합니다. 본인 보다는 순전이 아기를 위함입니다. 생명이 가지고 있는 뜻이 무엇인지 채 깨닫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도 아기를 낳습니다. 그리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데 어미 의 역할을 다하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결혼하였지만 아직 소녀 같다고 생각되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옛 농촌에서는 흔한 광경이었습니다만. 그 어미도 과자나 단 것을 몹시 먹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등에 업힌 아기가 하드를 달라고 보챘는데 못 들은 척 자기만 다 먹어치웠습니다. 시골장마당에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아기가 비에 젖는 것 보다는 자기 옷이 더 염려 되었습니다. 남편이 군에 입대하기 전에 사주었던 옷이었습니다. 모처럼 그 옷을 입고 장에 나왔습니다. 값나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편이 사주고 떠난 것이라 비에 젖는 것이 아까웠습니다. 몇 살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19살이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