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던 순간부터
숨길 것이라곤 없었다
근육도
뼈도 없는 몸
가시만 물려받았다
눈眼 속에
혓바닥 아래
크고 작은 가시 숨겨놓고
없는 척 하나같이 선하게 웃고 있어도
선인장은 생긴 대로 드러내놓고 있었다
따갑다고 소리칠 때
쫒아가 찌른 것이 아니었다
만만하게 본 사람들이 찔렸을 뿐이었다
꽃 피우지 않음에 뽑으려는 손바닥을
살갗에 돋운 이것 외에는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침針이라도 고추 세워
검푸르게 서있어야
한번은 꼭 피어나는 꽃
그 모습을 볼 수 있다기에.
잘 생기지도 못했습니다. 아름답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진귀한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닙니다. 가지도 목질(木質)도 없고 이파리도 없습니다. 무엇으로 몸을 치장하지도 않습니다. 있는 모양대로 다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그러니 새나 나비도 날아와 앉지 않습니다. 다만 사막에서도 끈질기게 살아가는 모습이 사람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메마른 사막을 이기려다보니 물은 저장해야만 했습니다. 몸 전체는 물집입니다. 그래서 살(肉)이 무릅니다. 살기 위하여 무른 살이라도 불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만만하게만 보았습니다. 할 수 없이 육신에 가시라도 만들어 내야 했습니다. 그래야 누가 함부로 건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비록 작은 환대조차 받지 못하는 얼굴이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세상이 알지 못했던 꽃을 피울 때가 있습니다. 나는 위장을 모릅니다. 생긴 대로 살다가 누가 버리면 그대로 땅에 눕습니다.
저작권자 © 월드코리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