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죽으면 부부가 아니다
[詩가 있는 칼럼] 죽으면 부부가 아니다
  • 이용대(시인)
  • 승인 2013.05.2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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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투고 싸워도
남보다 하나 더한 
그런 정 있음으로 안심 한다
 
냉정한 듯해도
인정머리 없는 듯해도
살 부비고 사니까 그것으로 괜찮다
 
추우면 느닷없이
온천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식어있는 구들장이지만 아랫목을 그리며
자동적으로 자기 집을 찾는 발걸음이 있다
 
화를 더 내는 것도
짜증을 마구 부리는 것도
서로가 부부라는 편안함 때문에
마음 놓고 아무렇게나 내 뱉을 수가 있음이다
 
세상 어디에고 
목청 것 큰 소리 한 번
제대로 지를 곳이 있었던가
 
둘 중에 하나가 
어느 날 없어지면
끝나는 그날까지
속은 막혀있을 뿐이다.

이용대 제4시집 - 저 별에 가기까지 - 20쪽

 
일평생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쩐지 좀 이상했다. 부부 싸움을 부추기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부부간에 다툼이라는 것도 정이 있으니 하는 것이 아닐까. 시댁과 친정 남편과 자녀들 일가친척들과의 사이에서 부인이 받는 고민은 여간 아닐 것이다.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생을 마감할 때라야 비로소 벗어나는 일상사이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기대어 털어놓기라도 하고 또 좀 화풀이 할 곳은 그래도 세상에 유일하게 믿을 사람, 부부밖에 없다. 체면과 염치 그리고 남을 배려하자니 남들 앞에서는 마음 놓고 큰 소리 한 번 제대로 칠 수도 없다.

그러한 일터에서 퇴근하면 셋방살이든 아파트든 상관 않고 돌아온다. 그 곳에는 아내가 기다리고 남편이 있고 옷가지가 있고 피곤한 육신을 마음 놓고 누일 수 있는 베게가 있다. 비록 그곳이 경제적으로 차가운 방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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