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투고 싸워도
남보다 하나 더한
그런 정 있음으로 안심 한다
냉정한 듯해도
인정머리 없는 듯해도
살 부비고 사니까 그것으로 괜찮다
추우면 느닷없이
온천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식어있는 구들장이지만 아랫목을 그리며
자동적으로 자기 집을 찾는 발걸음이 있다
화를 더 내는 것도
짜증을 마구 부리는 것도
서로가 부부라는 편안함 때문에
마음 놓고 아무렇게나 내 뱉을 수가 있음이다
세상 어디에고
목청 것 큰 소리 한 번
제대로 지를 곳이 있었던가
둘 중에 하나가
어느 날 없어지면
끝나는 그날까지
속은 막혀있을 뿐이다.
이용대 제4시집 - 저 별에 가기까지 - 20쪽
하루 이틀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생을 마감할 때라야 비로소 벗어나는 일상사이다.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기대어 털어놓기라도 하고 또 좀 화풀이 할 곳은 그래도 세상에 유일하게 믿을 사람, 부부밖에 없다. 체면과 염치 그리고 남을 배려하자니 남들 앞에서는 마음 놓고 큰 소리 한 번 제대로 칠 수도 없다.
그러한 일터에서 퇴근하면 셋방살이든 아파트든 상관 않고 돌아온다. 그 곳에는 아내가 기다리고 남편이 있고 옷가지가 있고 피곤한 육신을 마음 놓고 누일 수 있는 베게가 있다. 비록 그곳이 경제적으로 차가운 방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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