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칼럼] 은어(銀魚)
[詩가 있는 칼럼] 은어(銀魚)
  • 이용대<시인>
  • 승인 2013.06.10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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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 은하수 타고
선녀들이 내려 와
알몸으로 어둠 속에 멱을 감다가

샘 맑은 너래바위 소(沼)
물모래 결이
밀밭을 타고 가는 비단길 같아
새벽의 닭소리를 깜박 잊어버렸다

승천하는 안개 바람을 놓쳐버리고
천년 미아로 물속에 그대로 남아
물결 타며 돌고 도는
별이 되었나

천상의 차일처럼 물안개 서리면
손톱만큼 얇아진 꼬리를 차고 차도
유성처럼 흐르는
빛 고운 자태일 뿐

청 비늘 구름나래 하늘에 두고
떼 지어 비행하듯 은(銀)비녀들의
물결 따라 번쩍이는
고요한 율동이다.

이용대 제1시집 -처음만난 그날처럼- 27쪽

 
고향 가곡천(柯谷川) 물은 1급 청정수입니다. 오뉴월 초우가 내려 물이 불으면 물줄기를 따라 치어들이 성장을 위해 산 골 원천지(源泉地)를 향해 거슬러 오릅니다. 그러는 새 조금씩 자라 무게가 늘고 움직임이 제법 빨라집니다. 제일 멋있고 날씬한 물고기는 은어(銀魚)입니다. 은어는 비늘이 없어 더 깨끗합니다. 어향(魚香)은 수박냄새입니다. 마치 선녀들이 가곡천에 내려와 놀다가 너무 좋아 하늘로 올라가야할 시각을 놓치고 버림받은 것 같습니다. 투명한 물살 속으로 햇살이 뚫고 들어가 수중에 노니는 은어 떼를 비춥니다. 보드라운 물모래를 머리로 받고 꼬리로 차며 놀 댄 반짝반짝 빛납니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물결을 찾아 밤 별들이 내려왔다가 일부러 승천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은어들이 유영하다가 멈추고 모래에 몸을 비비고 있는 것을 보면 꼭 은(銀)비녀들이 좍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이 이동할 때는 여러 개의 음표(音標)가 움직이듯 날렵한 율동도 봅니다. 고향 가곡천은 은하수입니다.

*가곡천(柯谷川);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앞을 지나 동해를 향해 흐르는 청정수. 필자의 고향 모천(母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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