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44] 한국의 무슬림
[아! 대한민국-44] 한국의 무슬림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3.07.0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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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이슬람교가 언제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는지는 그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다. 그러나 7세기 이슬람교 성립 이전부터 신라는 페르시아 문화권과 교류했고, 중국이 651년 아랍 이슬람과 공식접촉을 했던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슬람교의 전래는 우리의 생각보다 빨랐을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무슬림들을 만나게 된 것은 아마도 몽고 지배하의 고려 시대였을 것이다. 원나라를 세운 몽고인들은 중국의 한인(漢人)들 보다 색목인(色目人), 즉 색깔 있는 눈을 가진 중앙아시아의 튀르크, 페르시아계 무슬림들을 중용하여 제국을 다스렸다. 제1계급인 몽고인에 이어 2번째 계급이었던 색목인들은 몽고인들을 도와 제3계급 북송(北宋). 제4계급 남송(南宋) 사람들을 관리하였다.

몽고 지배하에 들어간 고려 역시 이러한 시대적 상황으로부터 자유스럽지 못했을 것이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 색목인들이 드나들었던 것은 고려시대 가요의 흔적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주자의 성리학을 국시로 삼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왕래는 물론, 입지가 극히 좁아졌을 것임은 미루어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문헌상으로는 1427년 세종9년에 이슬람교에 대한 기왕의 관용적인 태도에 변화가 일어났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4월 4일, 국내 이슬람교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보고 기록이 있다.

“이슬람교도는 의관이 보통과 달라서, 사람들이 모두 보고 우리 백성이 아니라 하여 더불어 혼인하기를 부끄러워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 사람인 바에는 마땅히 우리나라 의관을 좇아 별다르게 하지 않는다면 자연히 혼인하게 될 것입니다. 또 대조회(大朝會)때 무슬림의 축송(祝頌)의식도 폐지함이 마땅합니다.”

당시의 조정은 이 보고에 모두 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조선왕조실록에는 간혹 도자기 색채 안료 회회청(回回靑)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이슬람교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무슬림들의 의관은 예나 이제나 특별났던 모양이다. 여기서 말하는 축송의식은 아마도 쿠란 낭송이 아니었을까 종교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없어진 듯 보였던 이슬람이 다시 한국인에게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1950년 6.25한국전쟁 때다.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터키군에는 많은 무슬림 군인들이 있었고, 이들의 신실한 대민봉사활동은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터키군 제6여단 사령부 압둘가푸르 카라이마일오울루(Abdulgafur Karaimailoglu)군종 이맘의 노력으로 한국 무슬림 공동체의 씨앗이 뿌려졌다.

이후 터키 주베이르 코치 이맘의 노력으로 근근이 교세를 유지하던 무슬림 공동체는 1973년 제1차 석유파동으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한국의 적극적인 이슬람교 포용정책에 힘입어 다소나마 외적 성장을 이루었다. 강남에 테헤란로가 생기고 이태원에 자리 잡은 이슬람교 중앙성원도 이때 세워졌다.

1970년대 중동건설 붐에 따라 한국의 무슬림 수도 늘어났다. 공사발주 국가가 무슬림에게만 비자를 발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1970~80년대 한국 이슬람은 경제적 국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슬람교의 토착화는 아직도 길이 멀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토착화는 이슬람을 한국인이 한국인의 종교로 받아들이는 심정적 일체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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