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한인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산다
영국 한인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산다
  • 월드코리안
  • 승인 2010.10.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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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필립 (칼럼니스트)

 유럽 유일의 한인촌인 영국 뉴몰든 번화가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인 가게들이 즐비하던 하이스트리트에 인도계 상점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침체 돼가는 한인사회와 달리 인도, 파키스탄 등 제 3세계 출신 이주민들이 뉴몰든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감지돼 왔다.

영국에서 최고의 학군을 자랑하는 이곳이 교육열이 높은 제 3세계 이주민들에게 최상의 거주지로 부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곧, 윔블던과 킹스톤 사이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용이 이주민들에게는 거주지역으로써 뿐만 아니라 상업지역으로도 경쟁력 있는 곳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인들보다 긴 이민역사를 배경으로 소수민족의 조직화에 앞서있기 때문에 미니캡 시장뿐만 아니라 소규모 가계를 넘어서 이제 한인들의 전문분야인 식당까지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현실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붕괴되는 한인촌

킹스톤 인구의 12%를 넘고 있는 한인 구성원들이 제 몫을 찾지 못하고 있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소수민족의 단합에 실패한 것이 될 것이다.

많은 한인들의 이에 대한 주장은 한인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탓을 한인회로 돌리기에는 그 책임을 떠 넘기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아니 아주 높다.

불과 20여 명도 안 되는 몰염치한 한인들 때문이다.’라는 말은 지식층의 변명치고는 유치한 것이다. 이들 상식을 초월한 몰상식 한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발호하게 만든 것은 지식층임을 내세워 시끄러운 한인회에 관심을 끊고 사는 것이 최선의 처세술이 된 까닭이다.

한인 파산자가 예년보다 3배나 증가하고 있는 요즘, 그 구조적 원인에 대해 어느 누구 하나 공론화 하자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시스템의 부재를 탓하기에 앞서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점철되어 온 것이 영국 한인 이민사의 한 단면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영국 한인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파장을 몰고 온 ‘기러기 엄마 사기사건’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MBC 뉴스 보도로 인해 영국 한인 유학원들뿐만 아니라 한인사업체까지 신용도가 추락하여 영국 가거든 한인들 조심하라. 는 말이 회자될 정도면 그 신용의 상실은 사기꾼으로 몰렸던 당사자의 파산으로 끝난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재영한인들은 ‘기러기 엄마 사기사건’의 주범으로 몰린 김 아무개를 인민재판 식으로 파산시키기에 일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김 아무게는 MBC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하여 자신에게 씌워진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하였으나 그의 법정에서의 승리를 보도한 어느 언론도 없었다는 것이 영국 한인 언론의 현실이다.

한인업체를 이용하면 다친다. 한인식당 가지 마라. 한인부동산 이용하면 사기 당한다. 라는 말들이 한인촌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아무런 거리낌없이 회자될 정도면 이미 유럽 유일의 한인촌은 붕괴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 여파는 그대로 한인사회에 몰아치고 있다. 한인 부동산 업체 절반 이상이 파산하고 한 달에 몇 개씩 문을 닫는 한인식당, 경영난에 허덕이는 미용실 등… 이러함에도 추락한 한인사회의 신용도를 끌어올릴 방도를 찾지 못하고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으로 한인회에만 그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는 것도 이 시대 영국 한인이민사회의 자화상이다.

이민 한인사회의 오해

많은 한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해외 이민, 그것도 영국처럼 한인들이 밀집된 곳에 살다 보면 영국을 이민사회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 오해가 단순히 오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보면 자식의 미래까지 결정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영국은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이민으로 구성된 국가가 아니다. 과반수 이상이 이민자로 구성된 미국이나 캐나다는 이민자들이 주류로 편입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그러한 절차가 시스템화 되어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10%도 안 되는 소수민족들이 이민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주류로 편입되는 시스템은 갖추어져 있지 않다.

학교에서 끝나자 마자 픽업하여 학원 보내고 과외 시키고 해서 명문대를 보낸다 해도 그 아이가 졸업해서 갈 곳이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영국 법대 졸업생 가운데 20%를 밑도는 수치가 변호사로서 길로 갈 뿐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 90%는 영국백인들이 그리고 10%미만이 유색인종이라고 한다. 이민자 출신 졸업생 가운데 90%가 넘는 수치가 자기 전공을 살릴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많은 이민자 아이들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을 수 밖에 없다.

취업을 시켜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배운 지식을 한번이라도 현장에서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 입니다. 인턴사원으로라도 평가 받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0여 년을 영국에서 공부한 한 한인 졸업생의 말이다. 명문대 박사학위를 가져도 영국에서 유학원이나 학원강의가 미래라면 분명 이에 대한 책임은 기성세대가 져야 한다. 한국에 잘나가는 친인척이 있어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영국 명문대 졸업장만 가지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럼 영국에서 전공을 살리면 될 것 아닌가? 이에 대한 질문을 하나 하자.

한 파키스탄 학생이 있다. 국가에서 주는 장학생으로 서울대에 유학 와서 우수한 실력으로 졸업해서 한국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다. 그 파키스탄 출신 변호사에게 자신의 소송을 맡길 한국인이 몇 이나 있겠는가?

영국 주류로 뛰어들지 않고는, 영원히 변방의 비주류 이민자로 남는한, 우리 아이들이 영국 명문대를 졸업한다 해도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갈만한 곳이 없다. 아닌 그럴 기회조차 가져볼 수 없다. 그게 현실이다.

런던올림픽과 한인사회

불과 2년 후 런던 올림픽이 개최된다. 1948년 이후 64년 만에 런던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93억 파운드(18조)가 넘는 천문학적 돈이 투자되는 행사이다. 영국 한인사회가 단 한번에 업그레이드 될, 우리 시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수 백억의 돈이 한인사회에도 뿌려질 것이다. 방송사, 언론사, 사업자, 공연 팀 등 수 많은 사람들이 뉴몰든 한인촌에 몰려들 것이다. 식당과 민박집은 넘쳐 날 것이고 재영 한인들의 모든 차량이 미니캡으로 나서도 물량부족사태에 직면할 것이다.(이미 발 빠른 외국 미니캡 사장들은 한인정보업체를 상대로 한 회사 홍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역설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현 상태로라면 런던올림픽이 유럽 유일의 한인촌을 붕괴시킨 마지막 방점이 될 것이다. 시스템화 되어있지 않은 현 상화에서는 넘쳐나는 올림픽 손님을 통해 한 몫 봐야겠다는 식으로 바가지 상술이 한국 방송과 언론을 도배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불과 몇 주 반짝하던 호황기는 가고 그 여파로 영국 한인들에 대한 불신용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이다. 한인촌에 사는 것만으로도 신용불량자로 찍힐 것이 뻔하다. 졸지에 영국 한인 사업가들은 불가촉민(不可觸民)이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다. 이 한인들에 대한 언터치불(untouchable)은 이미 유학생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유학 제대로 하려면 뉴몰든 근처에도 가지 마라. 덕분에 많은 유학생들이 뉴몰든을 떠나 뉴몰든에서는 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쉽지 않다.

방을 세놓아 모게지를 내던 많은 한인들이 방이 나가지 않아 결국 힘들여 장만한 집을 다시 내놓아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그뿐인가? 한인가게의 소비층을 이루던 유학생들이 뉴몰든을 떠나면서 대부분의 한인가게들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시스템?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회는 바꿔질 수 없다. 뛰어난 지도자가 나온다 해도 시스템(조직화)되어있지 않으면 그의 시대가 가고 나면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스템은 통계에서 시작한다. 통계는 무관심에서는 나올 수 없다. 사회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통계가 있을 수 없으며 통계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말짱 도루묵 되기 십상이다.

많은 한인들이 한결같이 얘기한다. 한인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한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가치관의 변화가 아닌 세계관이 변해야 한다. 한국에서 통했던 가족 중심의 세계관이 영국에서도 통하리라고 보는 것이 뉴몰든이즘의 한 단면이다.

사회의 변화는 사회 구성원들이 뭉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뭉친 수 십 명은 뒷방에서 구시렁거리는 수 만 명보다 그 파워가 세다는 것이 역사의 정설이다. 승자와 패자가 화해할 수 없는 구조가 현 대통령 선거며 한인회장 선거다. 

의회제 그것만이 한인사회가 도약할 유일한 길이다.

지난 5월 자유 민주당 후보로 권석하(59)씨가 킹스톤 시의원에 출마했다. 영국 언론은 그의 낙선에 대해 한인들이 호응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분열된 한인사회에서 어느 누가 한인사회를 대표하여 출마해도 시의원 한 명 배출할 수 없다.

적어도 한인사회에 5년 이상 선출 직 의원으로 봉사해온 사람 가운데 한인회장을 뽑는 일이라면 한인회장 선거가 축제가 됨이 마땅하겠으나 지금처럼 5천 파운드라는 거금의 공탁금이 출마 여부를 판가름하는 장치로는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을 수 없다.

자신의 비즈니스에 이용하기 위해 회장직함을 탐내는 무리도 출마할 수 있도록 제도화 되었다면 그 제도를 바꿔야 한다. 한인사회 분란만 야기해오던 사람들이 억지부리는 것이 귀찮아 그들의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참담한 것이다.

똥이 무서워 피하나. 더러워 피하지.

냄새 나는 똥은 치워야 한다. 내가 피한다고 몰려드는 똥파리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동네 마당 한복판에 싸질러진 똥을 치우는 누군가는 있어야 한다. 그래도 많은 한인들은 얘기한다. 한인회 근처에는 가지도 말라고.

똥을 치우려고 팔 소매 걷어붙인 사람까지 도매금으로 치부하는 게 현 한인사회의 정서이다.

영국법정에서조차 언급한 극도로 심각한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면 그 단체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행동조차 똥싼 놈으로 취급해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후세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나서지 않으면 그 변화는 요원하다.

아버지, 왜 그 때 나서지 않았습니까? 아버지들의 무관심으로 우리들은 영국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길조차 없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국제 미아가 된 신세 입니다. 불과 10여 년 후면, 아니 지금 영국 대학 졸업생들의 기성세대에 대한 원망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회장선출제와 의회제 비교

해외 한인회의 공통점은 매번 한인회장 선거가 끝날 때마다 법정 소송으로 비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한인회장 선거가 직선제로 운영되는 곳의 법정 소송은 이미 정례화 되다시피 되었다. 수 십만 불의 소송비용이 한인회장 후유증으로 사라지고 있다. 영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미 4억 원이 넘는 돈이 법정 소송비용으로 날아가 버렸다.

해외 동포 참정권까지 실시 되는 때는 한인사회의 분열은 가속화 될 것이다. 현 한인회장 선출 선거제도와 의회제 비교가 필요한 이유이다.



 

회장선출 제

한인의회 의원 제

방법
 

1인 한인회장 선출
 

20명 한인의원 선출
 

절차
 

후보자 중 다수 득표자 선출
 

순위로 당선 결정(출마자 가운데 20위 순위 이내 당선)
 

의사결정
 

의사결정이 빠르다.
 

의사결정이 늦다.(한인회 특성상 급속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사항이 거의 없슴)
 

운영
 

회장 독단으로 한인회 운영
 

의원들의 의사결정으로 한인회 운영
 

견제
 

회장 견제세력이 없다.
 

회장은 의원들의 명예직으로 의원들이 돌아가며 하게 된다.
 

한인사회 통합
 

선거과열로 인해 한인사회 분열 촉진
 

다수의 의원을 등수로 뽑기 때문에 의회의원 선거가 축제가 됨
 

한인들의 관심
 

출마자와 그 측근들 이외에는 관심 없슴
 

다수의 의원을 뽑기 때문에 한인사회의 축제가 될 수 있슴
 

한인들의 갈등 중재
 

회장이 구설수에 오를 수 있슴. 때에 따라 회장의 이익에 따라 갈등 증폭.
 

의회에서 갈등 중재 가능성 높음. 법정 소송 사건 상대적으로 감소 가능
 

킹스톤 시의원 출마
 

반대세력의 지지를 받기 힘듦
 

의회에서 킹스톤 시의원 출마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한인사회 전체 지지를 받을 수 있슴.
 

한인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
 

2년에 1회 소수 출마자들의 향응으로 한인경제에 별 영향 없슴
 

매년 수 십명의 의원 후보자들의 출마로 한인경제 활성화
 

주재상사와의 관계
 

회장 단독 관계로 인해 오해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재원들이 한인회와의 거리를 두려함
 

다수 선출 직 의원들의 주재상사들과의 친분관계 도모로 인해 소수 세력이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재상사/원과의 친밀도 높여짐
 

킹스톤 시의회와의 관계
 

회장 능력 여하에 따라 다름
 

킹스톤 시의회와 한인의회와 정례 모임 가능
 

2세 교육
 

회장의 이익에 따라 교육환경 변화
 

교육 전문 의원을 선출함으로써 교육분야 전문화 가능
 

한인취업관계
 

회장 친족 선에서 가능
 

한인전체를 상대로 한 취업박람회 개최 용이
 

올림픽 관련
 

회장 개인이익 추구
 

각 분과별(식당,민박, 미니캡, 여행, 등) 전문의원을 배치 각 분과에서 해당 직종 자들과  장기 이익 극대화 도모
 

대사관과의 관계
 

회장의 정치력에 따라 다름
 

대사관과 특별한 갈등 필요없슴
 

한인사회 변화
 

별 변화 없슴
 

시의원에 출마할 사람은 평소 유권자들에게 잘 보여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한인사회 분위기가 밝아짐
 

사업 지속관계
 

회장 임기 종료와 함께 만료됨
 

회장 임기와 달리 의회가 지속되는 한 사업 지속가능
 

해외 한인회와의 관계
 

별 관계 없슴
 

한인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을 없앰으로써 해외 한인사회의 모범사례로 해외 한인회들이 단체 연수 가능
 

한국 정부와의 관계
 

별 관계 없슴
 

해외 동포 참정권에 따른 한인사회 갈등 증폭을 사전에 방비할 수 있는 사례로 한국정부의 전폭적 지원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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