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26] 실리 추구는 최상의 원칙
[삼강만평(三江漫評)-26] 실리 추구는 최상의 원칙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3.07.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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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기질2

중국인은 기질 상 실리추구가 최상의 원칙이다. 중국의 외교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습근평 주석과 정상급 회담도 가졌다. 총체적으로 보아 성과가 있다. 그러나 정치상 소기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하였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북핵문제인데 ‘한반도의 무핵화’에 그쳤다. 이는 북핵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1994년부터 내놓은 중국의 정치주장이며 이번 정상회담 때도 20년 동안 외친 슬로건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물론 박근혜대통령은 큰 환대를 받았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환대이고 국가관계에서 중국은 자기의 실리 외교원칙을 지켰다. 북한을 외면하는 것은 중국의 근본 이익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국의 ‘입술’이며 ‘방파제’이다. 고작해야 마스크 정도밖에 될 수 없는 한국을 위하여 입술인 북한을 버릴 수는 없다.

이는 중국의 일관된 노선과 원칙이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중국은 참전하여 108개 사단을 파병하였으며 약 40%의 지원군이 목숨을 잃었다. 대단히 큰 희생을 한 셈이다. 그러나 중국이 파병한 근본원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 保家衛國)’이란 슬로건에서 항미원조는 2차적이고 보가위국이 1차적이며 항미원조는 수단이고 보가위국이 목적이다. 전쟁이 압록강 서쪽으로 만연되지 않았고 입술을 보존한 성과를 얻었으니 중국은 파병할 만한 일을 했고 가치 있는 희생을 한 셈이다.

1980년대 후반, 전 사회주의국가들이 앞 다투어 한국과 수교할 때 중국은 굼떴다. 북한과의 혈맹관계 때문에 의리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과 수교를 하면서도 북한과 등지지 않는, 이로써 남한, 북한과 다 우호관계를 유지하려는 외교상 특유의 우세를 따내기 위한 전략전술이다. 현제 세계 대국 중 남한, 북한과 다 우호적인 나라가 중국 외에 또 있는가?

약 10년 전 한국 안보연구원의 두 분이 수고스럽게 필자를 찾아 북경에 와 이런 의논을 한 적이 있다.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일본에 대하여 한국국민은 하늘에 사무치는 분노를 하는데 왜 중국은 건성으로 자그마한 성명을 발표하는데 그치고 마는가?”

필자는 대답했다. “다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이다. 지금 중국이 근대화를 하는데 이용되는 외국 자본의 80%가 일본자본이다. 그 자본이 필요치 않는 언젠가는 중국도 일본에 하늘에 사무치는 분노를 할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6 25를 북침이라고 하는데 왜 한국인들이 천안문 광장에 와서 손가락을 자르며 농성을 하지 않는가? 한국이 중국에서 실리를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둘은 이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현실은 필자의 말이 맞음을 증면하였다. 지금 중국은 북한과 삐지고 있지 않는가? 천만에 말씀이다. 삐지는 것처럼 하는 것으로 일조이석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이다. 하나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G2국의 책임지는 외교를 하는구나 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다른 더욱 중요한 하나는 김정은의 장기 집권에 대해 회의의 신호를 나타내는 것이다. 김정은 1인자와 좀 삐지는 것이지 북한과 삐지는 것이 아니다. 좀 삐져야 장래 포스트 김정은의 북한과 종래 있었던 것과 같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 이른바 ‘책임지는 외교’라는 이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제 정치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이므로 시와 비를 똑 소리 나게 가르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국제 정치는 힘의 정치, 힘 있는 나라가 한 짓은 다 ‘맞는 것’이다. 중국이 무리한 북한을 감싸고돈다고 해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을 묵인하고, 나토가 유고를 폭격한 것처럼 다 그로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 세계상의 국가들을 보면 대국일수록 실리 추구가 위주이고 시비 운운은 뒷전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무릇 대국은 다 이러하다. 오히려 소국일수록 진리요, 정의요, 의리요, 감정이요를 따진다.

1949년 4월 중공군이 남경을 점령하자마자 장개석을 도와 내전을 부추기던 미국은 이내 중공과 관계개선을 바랐다. 실리를 최상으로 여기는 대국의 전형이다. 1644년 후금이 북경을 점령하고 대청제국을 세웠지만 조선은 청을 인정하지 않고 100여 년간 숭정황제의 연호를 썼다. 실리를 무시하고 의리를 지키려는 소국의 전형이겠다. 1960년 중국과 소련이 분기가 생길 때 10여개 사회주의국가 중 유독 소국 알바니아(100만 인구) 하나만 중국을 지지했다. 1969년 중국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진보도(珍寶島)에서 사회주의 큰 형님 소련과 전쟁을 감행했다.

중북 관계를 운운할 때 일사일의(一事一議)에 그치지 말고 중국인의 기질, 중국의 전통문화, 정치문화도 염두에 두며 거세적으로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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