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자랑스러운 한인의사들
[Essay Garden] 자랑스러운 한인의사들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3.07.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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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치과 정기 검진을 갔다가 이상한 물체를 하나 발견했다. 별로 느낄 수 없는 부위라서 조금씩 자라서 커질 때까지 아니 의사 선생님이 보기 전까지 입안에 박테리아가 들어간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정기적인 치아 청소와 늘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 덕분이었다.

주말에 쌈밥을 먹다 나도 모르게 그 이상한 물체를 씹어 삼켜버렸다. 예전과 달리 나는 살기 위해 감사히 음식을 잘 먹고 있는 요즈음이다. 살아서 해야 할 일들이 아직도 많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는 인생철학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스스로 떨어져 나간 입 안의 상처는 피를 흘리며 무척 아리고 아팠다.

드디어 월요일 아침, 전화로 수술할 일정을 잡았다. 알 수 없는 입안의 작은 혹의 정체가 무엇인지. 혹시 암은 아닌지 조직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후로 일정이 잡혔다. 뜻밖에도 나의 수술을 집도할 의사선생님은 성씨가 김씨였다. 우리 집에서 서북쪽 고속도로를 달려 약 반 시간 거리의 한인타운 근처의 병원이었다.

3년 전 새로 지었다는 수술센터는 건물이 산뜻했다. 4층으로 올라가 작은 수술실에 앉아있으니 40대쯤 초반의 젊은 의사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조금이라고 그는 대답했다. 나는 한국말로 나의 질병상태를 설명했다. 별로 말이 없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느라 한국식으로 결혼을 했어요 하며 사적인 말도 걸었지만, 그는 여전히 사무적이었다.

하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남편에 의하면 작은 수술이지만, 그는 용감하게 살을 도려내고 착착 잘 처리했다고 한다. 마취 주사를 놓자마자 기다릴 필요도 없이 수술은 시작되었다. 아마 오 분 십 분이 좀 지났을까. 약으로 도려낸 부위를 지지느라 살갗 타는 냄새가 조금 났을 뿐, 피는 거의 흐르지 않았다. 두어 바늘을 꿰맸다.

아, 눈부신 인류의 첨단 의학. 의사는 부드러운 음식을 당분간 먹으라고 말하고 입안을 헹구는 약 처방을 해주었다. 많이 아프면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충고와 함께 그는 수술실을 나갔다. 회복되기까지 쉬면서 나는 묵언 정진으로 지내 온 삶을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이십년 넘게 다니는 종합병원에서 한국인 외과의사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한국에서는 섬세한 우리 몸을 수술칼로 도려내고 피를 날마다 봐야 하는 외과의사는 힘들고 지저분한 직업 중에 하나라며 꺼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나는 한국인 외과의가 퍽 자랑스러웠다.
 
더구나 동양인 의사들이 백인의사들의 자리를 뚫고 큰 병원에 취업한다는 것은 예전엔 하늘에 별을 따기였다. 그런데 약 오 년 전부터 한국인 의사들의 이름이 책자에 나타났다. 삼 년 전에 나는 한국인 성씨를 발견하고 당장 우리 주치의를 바꾸었다. 그는 인품도 겸손하여 그만이고 환자의 입장에서 늘 최선을 다하고 있는 분이다. 백인 환자들에게도 인기 최고인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니 한 해에 한 두어 번은 사고를 치거나 뜻밖에 나는 병원을 들락거린다. 몇 해 전, 오른쪽 눈을 다쳤을 때도 한국인 김씨 성을 가진 젊은 남자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이웃에 사는 미국인 할아버지는 두 해전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젊은 한국여의사가 수술했다며 자랑스럽게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다이안 킴은 유능한 백내장 수술로 소문이 났고, 닥터 권은 무릎관절염 수술 전문가로 나의 미국인 친구들로부터 들었다. 언젠가 나도 정원에서 넘어져 수많은 선인장 가시가 무릎에 박혀 아파서 그를 일부러 찾아갔다. 소문대로 자그마한 키의 닥터 권은 방실방실 미소를 지으며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친절했다. 아, 자랑스러운 우리 한국인 의사들.

우리 한국을 대표하고 보여주는 애국자들이 아닌가. 지난봄 올케가 수술해서 병실을 찾아갔을 때도 마침 내과 전공의사라며 김씨 성 이름표를 하얀 가운에 달고 있는 한국인 의사가 검진하고 있었다. 올해부터인가 내가 다니는 종합병원에서는 한국어 번역까지 도와주고 있으니 놀랍고 살맛이 난다. 정말 해외동포는 대한민국의 힘이다.

이민 초기에는 사전을 들고 다니며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병원에 가는 날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아 거꾸로 스트레스를 받고 와서 짜증나곤 했는데 말이다. 통역으로 만났던 한인은 병원에서 뒷일을 하던 국제결혼을 한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종종 한국인 간호원도 만난다. 얼마전 날아 온 반가운 소식은 나의 조직검사 결과였다. 급성 바이러스 감염. 우리는 확실한 금연 가족인데, 최근에 공기가 오염된 곳에 내가 어디를 다녀왔지? 건강한 면역항체를 좀 길러야겠다.

[필자 소개] 교포월간지 ‘피플 오브 샌디에고’ 주필 역임, 수필집 ‘레몬향기처럼(2007년)’과 ‘샌디에고 암탉(2010년)’을 출간했고 한국문인 및 미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미수필가. 샌디에고 라디오코리아에서 ‘문학정원’ 방송 연출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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