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27] 대립통일의 술수
[삼강만평(三江漫評)-27] 대립통일의 술수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3.07.2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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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동 <모순론>의 정수(精髓)는 대립통일이다. 자연계와 인류사회의 모든 물체는 대립통일로 이루어졌다. 서로 대립되는 두 요소가 서로 배척, 투쟁하지만 또한 일정한 수준에서 형평을 이루며 한 개 사물 안에 공존하며 통일체를 이룬다. 화학상에서 원자의 원자핵과 핵 주위를 도는 전자가 형평을 이루어야 온 정성을 유지하고 형평이 깨지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는 철학적 개념, 즉 객관 사물 존재의 기본 형식에 대한 인식이면서도 또한 객관 사물을 제어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아래에 모택동 등 중공지도자들이 어떻게 대립통일의 방법론을 정권편성과 권력 투쟁의 술수로 사용하였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중공정부가 수립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택동은 혁명 원로에게 정권을 분산시켰다. 주은래(周恩來)에게 국무총리 겸 외교부장을 시켰고 유소기(劉少奇)에게는 국가주석을 시켰다. 아마 유소기 대 주은래 간 라이벌의 대립통일 속에서 모택동 자신의 권위를 수립하고자 했을 것이다. 군에서는 임표(林彪) 대 반임표 간의 대립통일을 이루고. 임표 대 반임표 간은 뜻대로 되었으나 유소기 대 주은래 간은 여의치 않았다.

국가주석 유소기에게는 권력실세들이 점점 쏠렸다. 당시 중앙당 일상 업무를 책임진 등소평(鄧小平)도 거기에 가담했고 심지어 북경시장 팽진(彭眞)도 그 안에 들어갔다. 그러나 주은래는 그냥 혼자뿐이었다. 유소기 대 주은래 간의 대립통일이 깨지고 모택동은 결국 중앙당과 북경시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4청운동(四淸運動)으로 유소기를 제거하려다가 실패했고 문혁으로 해결하려 하였으나 유소기가 자기의 의도로 공작조를 파견하여 문혁을 지휘하였다. 하여 임표, 주은래 및 문혁소조(즉 훗날의 4인방)의 권력만 남겨놓고 이하의 모든 관료의 권력을 박탈하고 무정부상태로 문혁을 치러 유소기를 끝내 제거하고야 말았다.

문혁 후 한쪽은 4인방, 다른 한쪽은 등소평 등 원로간부, 이렇게 대립통일을 형성시키고 모택동은 절대적 권위를 되찾았다. 모택동이 사망한 후 등소평은 4인방을 제거하고 밑에 먼저는 호요방(胡耀邦) 대 화국봉(華國峰), 후에는 조자양(趙紫陽) 대 이붕(李鵬)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시켜 자기의 권위를 세웠다. 그런데 조자양이 불복하여 형평이 깨지자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일어났다.

강택민(江澤民)이 1인자로 된 후에 밑에 호금도(胡錦濤) 대 증경홍(曾慶紅) 간의 라이벌 관계, 호금도가 1인자로 된 후 밑에 박희래(博熙來) 등 대 왕양(汪洋) 등간의 라이벌 관계로 대립통일을 형성하였다. 이번에 습근평이 1인자로 된 후에도 중공중앙은 여전히 두 파벌간의 라이벌 관계로 대립통일을 형성하고 있다.

일언이폐지하면 1인자 밑에 두 파벌의 라이벌 간의 대립이 있는 통일이어야 1인자의 절대적 권위가 서며 권좌에서 공고할 수 있다. 자기 라이벌의 세력에 대처하기 위해서 1인자와의 관계를 좋게 할 생각뿐이지 1인자를 반대할 염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대립통일의 술수로 한국의 정치를 운운해 보아도 재미있을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한나라당 안은 친이연대와 친박연대의 두 개 파벌이 존재했다. 만약 친이연대의 힘이 70%고 친박연대의 힘이 30%라면 이명박의 힘은 70-30=40이다. 또한 친이연대의 힘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친이연대 안에서 끊임없이 반 이의 힘이 분출된다. 파벌 싸움 결과 이명박의 지지역량은 0에 접근하고 만다.

만약 대립통일의 술수를 쓴다면 이명박은 이내 친이연대에서 탈출하고 편파적인 친분관계를 끊어야 한다. 그러면 한나라당 내부는 친박연대와 반박연대간의 대립으로 서로 투쟁할 것이고 그들은 자기 라이벌을 이기기 위하여 모두 이명박을 옹호할 것이고 이명박은 이 통일체의 힘, 즉 100% 지지의 힘을 얻을 수 있다.

박근혜가 이끄는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이다. 작년 총선에 앞서 박근혜는 친박연대에서 탈출해 나왔어야 맞다. 그렇게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새누리당 안은 대선 때까지 혼전을 면치 못했다. 김문수, 이재오, 임태희, 정몽준 등의 대선 후보 출마가 전형적인 예이다.

이상 나라와 정당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도 대립통일의 술수는 적용된다. 한 개 나라를 리드하는 것과 한 개 도, 시, 군… 기관, 단체를 리드하는 것은 같은 도리이다. 13억을 영도하던, 5천만을 리드하던, 500명, 50명…을 리드하던 대립통일 술수의 도리는 다 같다.

필자는 평생 기층부문의 책임자로 있으며 적어서 10여 명, 많아서 수십 명을 거느렸지만 종래 본인을 반대하는 세력에 부딪힌 적이 없고 그 때문에 고민한 적이 없다. 대립통일의 술수를 잘 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립통일은 웬만한 사람도 다 배워야 할 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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