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땅 하나가 된
칠흑 같은 강변이다
바위 무르는 삼복더위에
반딧불 희미하고
목소리 가라앉힌 채
기(氣) 싸움하는 밤이다
풍계(風界)도 다 모르며
수계(水界)인들 어찌 알까
너는 지도(地圖) 없고
나는 수도(水圖)가 없으니
수륙이 낚싯줄 사인데
생판 다른 두 나라
이생에 악연 얽혀도
물장난은 치지말자.
*가시랑촌: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500번지 농촌일대의 옛 지명
시인의 고향
(이용대 제1시집 처음만난 그날처럼 39쪽에서)
삼복더위가 횡포를 부리는 여름밤엔 별도 달아났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쑥을 뜯어 지핀 모깃불은 잔뜩 연기를 피워 올리지만 솟는 땀 때문에 동네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반딧불도 힘을 잃어 광도(光度)가 희미합니다.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가곡천만 쏴아--하고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위에 앉아 낚싯줄을 드리우고 손 끝 감촉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툭툭-- 몇 번 입질이 오지만 미끼를 물지 않습니다. 훤히 아는 물 밑 지형이지만 물고기의 심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낚느냐 낚이느냐 낚이지 않느냐... 사람과 물고기 사이는 낚싯줄 하나 거리지만 두 세계는 엄청 다릅니다. 사람은 더위로 밤낚시 나왔지만 물고기는 생과 사가 걸린 절명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물장난쯤으로 여길 일은 아닙니다. 낚인 물고기를 강물에 다 풀어주고 돌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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