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인터뷰가 기대되는 세 가지 이유
[수첩] 인터뷰가 기대되는 세 가지 이유
  • 강영주 기자
  • 승인 2013.08.18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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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주 기장님!”

이렇게 시작되는 이메일을 받았다. ‘기자’가 아닌 ‘기장’이라는 오타였지만 왠지 맘에 들었다. 메일을 받고 나니 비행기를 운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인터뷰하는 기자는 말의 기류를 잘 조절하면서 상대방을 최고의 고객으로 종착점에 잘 모시는 기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하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모시는 기자의 일은 듣는 것이다. 인터뷰는 자신을 알리고 독자에게는 정보를 주기 위해 시작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 인터뷰가 기대되는 첫 번째 이유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나아가 들어주고 들어주다 보면 상대방에게 마음이 후련하다는 말도 듣는다.

파리한글학교 김경심 교사는 먼 지역에서 어렵게 한글학교를 찾는 학부모들을 만났다. 지하철을 두 번씩이나 갈아타고 간식을 싸가지고 빠지지 않고 아이들을 데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글학교가 도대체 뭔데 이렇게 열심일까?’ 생각하니 ‘불타오르는 사명감’이 생겼다. 기자도 이야기를 듣는 동안 다소 경건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게 아니었어요.” 하는데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교사는 인터뷰 내내 기자를 웃게 만들다가도 정작 자신은 학생들 이야기에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 장면에 감동을 받아 글을 썼는데 기사가 나간 후 김 교사는 울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다고 쑥스럽다고 했다. 그렇지만 인터뷰하는 동안 신나게 떠들어 대서 즐거웠단다.

두 번째 이유는 드물긴 하지만 말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가끔은 인터뷰 당할 때가 있다. 물론 상대방이 직접적으로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스스로 털어놓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김강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 대련지회장이 그랬다. 김 회장은 차세대가 관심 있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

“남자를 선택할 때는 약속을 잘 지키는지 지켜보세요.” 김 회장은 좋은 남자 고르는 법,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법 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다. 기자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받아 적다가 연애 상담도 받고 왔다. 김 회장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연애 이야기가 아니었어도 상대방이 뭔가를 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인터뷰가 기대되는 세 번째 이유는 인터뷰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찾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이 나의 보석을 찾아 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김경심 교사에게는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김강 회장에게는 남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찾아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신 분들이 가끔씩 기자의 보물도 찾아준다.

뭐 인터뷰라는 것은 기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하는 일상이다. 우리는 굳이 신문에 기사를 내지 않아도 사람들과 질문을 하고 답을 한다. 수업시간에 교수에게 질문하거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미팅할 때, 친구의 넋두리 들어주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때도 ‘일문일답’을 한다. 그러한 일문일답을 하면서 부모님 말씀에서,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서로 보물을 찾아주는 것이 인터뷰다.

그래서 인터뷰가 기대된다. 오늘도 기장이 되어 보물섬으로 비행기를 몰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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