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29] ‘朝鲜’ 두 자의 독음과 그 뜻
[삼강만평(三江漫評)-29] ‘朝鲜’ 두 자의 독음과 그 뜻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3.08.2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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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한국인들에게서 이런 말을 종종 듣곤 한다: 한자 朝鲜을 뜻풀이 하면 朝는 아침이라는 뜻이고 鲜은 선명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朝鲜은 아침 해가 돋는 나라, 햇빛이 찬란한 나라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내용의 글도 많이 보았다. 북한 <애국가>의 첫 구절은 ‘아침은 빛나라 이 강산’이다. 朝鲜 두 자를 아침과 빛나다로 이해하고 쓴 가사임이 틀림없다.

중국인들도 이 견해를 인정하며 지금 사람들은 朝鲜cháoxiăn 두 자를 틀리게 음독(音讀)한다고 한다. 朝자가 아침의 뜻이면 조정(朝廷)을 뜻하는 2성 cháo로 읽을 것이 아니라 아침을 뜻하는 1성 zhāo로 읽어야 하며 鲜도 적다는 의미의 3성 xiăn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선명하다는 뜻의 1성 xiān으로 읽어야 하므로 朝鲜을 zhāoxiān으로 읽어야 맞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얼핏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믿을 수 없다. 우선 朝鲜의 이런 해석법은 이성계가 세운 조선왕조 이후부터 나온 말이다. 사실 조선이라는 고유명사는 기자(箕子)조선 설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의 상나라, 주나라 때에 이미 있었다. 그런데 2,000여 년 전에 쓰여인 사마천의 <사기(史記)·조선열전(朝鲜列傳)>에도 ‘아침 해가 찬란한 나라’ 운운한 적이 없다. 한국의 역사문헌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도 조선을 ‘아침 해가 찬란한 나라’ 식으로 언급한 적이 전혀 없다.

중국 문헌 24사는 나타나는 고유명사마다에는 해석을 하였다. 삼국 시대의 장연은 ‘조선에는 습수(湿水), 열수(洌水), 산수(汕水)가 있는데 그들은 열수에 합류한다. 낙랑(樂浪), 조선은 이런 강 이름에서 따온 듯하다’라고 하였다. 당대의 사마정은 진일보 ‘산수(汕水)가 있으므로 조선이라 부른다’고 하였다. 당나라의 다른 한 학자 장수절은 朝鲜에 cháoxiān으로 음을 달았다.

汕자는 옛날 shàn, ‘xiān’ 두 가지 발음이 있었다. 鲜을 xiān으로 읽는다고 하더라도 汕에서 왔으므로 강 이름이지 찬란하다 와는 관계가 없을 것이다. 옛날 고장 이름이 많이는 강 이름과 관계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한양, 한강의 북쪽; 낙양, 낙수의 북쪽; 하북, 황하의 북쪽 등) 朝鲜의 어원에 관한 상기 장연, 사마정, 장수절의 설이 맞을 확률이 높다.

‘鮮 xiān’의 원 뜻은 물고기의 총칭이다. ‘鮮’자의 구조를 보면 ‘魚’와 ‘羊’의 결합인즉 아마 ‘생선고기’라는 뜻이 확실할 것이다. <노자> ‘治大國若烹小鮮(나라를 다스림은 물고기를 끓이는 것과 방불하다)’가 鮮자의 본뜻을 쓴 예이다. 이 본 뜻으로부터 ‘활어’, ‘생선회’, ‘금방 잡은 짐승의 고기’, ‘생신한 음식’, ‘신선하다’… 이런 식으로 뜻이 파생했다.

먼 옛날에는 ‘鮮’자의 기본 뜻이 물고기이기 때문인지 ‘鮮’자를 지명으로 쓴 예를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조선의 ‘선’자가 汕에서 온 것이 아니라 본래 ‘鮮’자였다면 변방을 오랑캐라고 비하하는 중국학자들이 비하하는데 이로운 ‘鮮’을 그대로 쓰면 썼지 구태어 ‘汕’에서 왔다고 할 이유가 없다.

언어는 약정속성(約定俗成)을 원칙으로 한다. ‘朝鲜’ 두 자를 천하 사람이 다 ‘cháoxiăn’으로 읽으므로 기실 상기의 문제점이 있더라도 이 음으로 읽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와서 구태여 고쳐 부른다는 것은 언어 취급의 기본 원칙과 너무나도 어긋난다. 하물며 이렇게 고쳐 읽을 근거가 없으니 더 말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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