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48]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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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3.08.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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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그 곳을 방문한 여행자는 누구나 정착해 다시는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매우 풍족하고 이로운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금은 너무도 흔해 그 곳 주민들은 개나 원숭이의 목줄도 금으로 만든다.(정수일, 이슬람문명)” 12세기 중엽 아랍의 지리학자인 알 이드리시가 말한 ‘그 곳’은 놀랍게도 ‘신라(新羅)’다.

최근 들어 신라와 로마와의 교류는 물론 문화의 공유성을 주장하는 학계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경주가 동서문명이 교류하는 동쪽 끝이자, 서쪽과의 교류를 향한 그 출발점이라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2013년 경상북도의 실크로드 프로젝트가 이러한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신라문화와 로마문화의 공유성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유물로는 나뭇가지를 형상화한 수목형 금제관식(金製冠飾)과 유리제품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출토지가 분명한 22점은 모두가 9기의 신라고분에서 나왔으며, 그 소재나 제조기법, 장식무늬, 색깔 등으로 보아 거의가 후기 로마유리계에 속하는 것들이다. 미추왕릉지구 계림로 14호분에서 출토된 장식보검 역시 로마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154년에 작성된 알 이드리시의 세계지도는 신라를 중국 동남해상의 여러 섬으로 그려놓고 있다. 이는 그 이전부터 아랍인들 사이에 신라가 널리 알려져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보다 300여 년 앞서 아랍상인 술라이만이 그의 체험기 「중국과 인도 소식」(851년)에서 신라를 아랍어로 소개하면서 신라의 위치를 역시 중국 동남해상의 섬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위치와 나라의 이름이 세상에 보다 명확히, 그리고 더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였다. 고려는 해양경영을 비롯해 활발한 대외 교류활동을 통해 만방에 그 이름을 드높였다. 그리하여 고려 때부터 서구인들의 뇌리에 한국은 ‘코레아(고려)’란 이름으로 각인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1224년, 프랑스 루이 9세가 원나라에 파견한 루브루크가 그의 여행기에서 ‘섬의 나라 카울레’라고 한 것이 서구에 알려진 첫 이름이었다. 프란체스코회 수도사였던 그는 원나라의 헌종 즉위식에 참석한 뒤 귀국해 라틴어로 「몽골제국 여행기」를 썼다.

거기에 ‘카울레(kaule)라는 나라로 소개돼 있는데 이는 ‘고려’의 중국식 발음 ‘가오리(gaori)’가 와전된 표기다. 그로부터 40여 년 뒤에 나온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는 ‘카울리(kauli)’라고 했다. 그 후 페르시아의 역사가 라시드 앗 딘이 세계통사격인 ‘집사(集史)’(1307~1311)에서 ‘카올리(kaoli)’라고 지칭함으로써 ‘코레아’라는 이름이 서구에 퍼지게 되었다.

결국 고려를 가리키는 카울레-카울리-카올리가 점차 코레아-코리아로 바뀌어 오늘에 이어져온 것이다. 로마글자 korea의 어문구조는 kore와 a로 분석된다. 고려라는 고유명사에 국명 또는 지명을 나타내는 접미사 a가 덧붙은 형태다. 19세기 러시아 탐험가 N. M. 프르제발스키의 ‘우수리지방 여행기’(1867~1869)에서 조선인들은 자신들을 카울리(kauli)라고 부른다고 한 것을 보면 조선시대에도 코리아라는 의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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