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용서하노라 그러나 기억하노라
[수첩] 용서하노라 그러나 기억하노라
  • 강영주 기자
  • 승인 2013.09.01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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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이젠 희망의 상징으로

▲ 강덕영, 라바울 위안소

치유 

강덕경 할머니의 ‘라바울 위안소’ 그림은 밝고 평화로워 보였다. 에너지를 주는 레드와 낙천적인 엘로우 색채를 많이 사용했다. 붉은 예쁜 꽃들이 피어있는 파푸아뉴기니에 위치한 리바울의 자연 속에서 한 소녀가 계단에 앉아 있다. 제목만 아니었다면 이 그림이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그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13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KOWIN) 둘째 날인 8월28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관련 코윈의 역할’에 대한 특별 세션이 열렸다. 행사장 입구에 전시된 ‘끌려가는 날(김순덕 할머니),’ ‘배를 따는 일본군(강덕경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할머니들은 처참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은 공포를 감소시키고 감정을 세상에 명백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치유를 넘어서 전문 화가의 경지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할머니들을 그렇게 치유되고 있었다. 강덕경 할머니는 지옥같은 라바울 위안소에 검정이나 회색이 아닌 밝고 아름다운 색채까지 입혔다.

용기

“집어치워라! 들쳐 내면 부끄럽다.”

1992년 1월18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시작됐다. 이번 대회 특별 세션에 참가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시위를 하는 할머니들과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퍼부은 성난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피켓을 얼굴에 가리고 시위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할머니들은 내면적으로 치유를 하면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외부적으로는 용기를 냈다. 윤 대표는 누가 부끄러워해야 하는지 대해서 분명히 언급했다.

“부끄러워할 것은 은폐된 일본사회, 망언하는 일본 정부, 대처하지 못하는 한국정부, 성폭력피해자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을 갖고 있는 우리사회입니다.”

끌려간 10대의 조선 소녀들은 일본군에 저항했다. 거부하고 엄청 맞고 약을 먹고 죽기까지 그렇게 저항했다. 그러한 용기로 이제는 80세가 넘으신 할머니들이 정의를 세우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여유

우리 할머니들은 과거의 아픈 기억과 문제를 직시하지 않은 일본 정부에 사로잡혀있지만은 않다. 이제 마음의 여유가 있다. 행사장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지금 나이가 88세입니다. 팔팔할 때죠.” 라고 말해서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2012년 일본의 한 극우단체 회원이 2012년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 앞 하수구에 막대기를 하나 끼워놓고 간 말뚝테러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김복동 할머니가 ‘작대기를 꽂은 놈아 고맙다. 사람들이 우리 박물관이 어디 있는 줄 몰랐는데 네놈 때문에 잘 알려졌다’라고 여유롭게 말했다.

희망

할머니들은 나아가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콩고와 우간다의 전쟁 피해 여성들에게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전해졌고 “희망을 듣고 있습니다”라고 멀리서 회답이 왔다.

지난해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일분정부로 받게 될 배상금 전액을 전쟁 강간 피해자를 돕기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나비 기금’이 모아졌다. 나비는 고통으로 해방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미 이 기금은 훨훨 나는 나비가 되어 콩고민주공화국과 베트남의 여성 피해자들에게 보내졌다.

코윈 행사에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위안부에 관한 만화가 세계 최대의 만화축제인 프랑스 앙굴렘 페스티발에 내년 출품된다고 밝혔다. 역사적 진실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치유를 통해 여유를 가지고 희망이 상징이 된 할머니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용기 있는 투쟁을 응원한다. 행사는 마치고 나오면서 가수 김현성이 노래한 위안부 기림비인 ‘평화의 소녀상’ 가사 한 구절이 생각났다.

“죄를 용서하노라 그러나 기억하노라 단발머리 소녀가 앉아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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