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48] 개성상인
[아! 대한민국-48] 개성상인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3.09.14 0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고려의 수도 개성의 시전(市廛)과 관영상점은 외국으로 보내는 공무역이나 사무역 상품의 공급기지와 외래상인들의 거래처 역할을 담당했다. 개경에는 신분에 따라 유숙하는 영빈관이니 청하관(淸河館)이니 오빈관(娛賓館)이니 하는 외국인 전용숙소가 10여 곳이나 있어 한꺼번에 수 백 명의 외국사신이나 상인들이 모여 들어도 그 모두를 수용할 수 있었다.

개성과 예성강 입구의 벽란도(碧瀾渡)는 국제무역항으로서 세계각국에서 온 여러 무역상들이 일년 내내 붐비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겨울철에 열리는 팔관회(八 關會)에 참석해서는 공물을 바치고 주변 국가들과는 변하는 정세에 따라 능동적이고 자주적으로 사신을 통한 공무역과 사무역을 적절히 배합하여 최대의 이익을 취하는 균형 잡힌 실리적 무역정책을 추구했다.

2012년에 우리나라는 세계무역 8위권에 올랐고,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하였다. 우리는 그것이 당대의 엄청난 쾌거요 자랑으로 여기고 있지만, 실상 이러한 해외무역의 전통은 일찍이 고려로부터 이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고려시대에 무역으로 이름을 떨친 ‘개성상인’이 있었던 것이다.

개성상인이 출현했던 고려는 인삼과 청자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았다. 중국 송나라와 일본은 물론, 거란족이 세운 요, 여진족이 세운 금, 인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더 멀리 아라비아 등과도 교역을 했다.

고려가 도읍하기 이전부터 개성 지역에는 당나라와의 해상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호족들이 세력을 떨치고 있었다. 왕건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이들 ‘개성상인’들은 특유의 성실함과 뛰어난 장사솜씨, 합리적인 경영방법, 철저한 상인정신을 앞세워 조직적이고도 큰 규모의 상인집단으로 성장했다. 단지 개성만이 아니라 고려 전체의 상권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이들을 개성을 중심으로 활동한 상인이라 하여 ‘개성상인’ 또는 송도의 상인이라는 뜻으로 ‘송상(松商)’이라 불렀다.

개성상인들은 개성의 시전을 맡아서 운영하면서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무역에 나서기도 했다. 또 자식에게 경영수업을 시키기 위해 다른 상인의 상점에 취직시켜 일을 배우게 하는 독특한 제도를 실시했다. ‘사개 송도 치부법’이라는 특별한 장부기록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가는 것, 재산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을 일정한 방식으로 적는 사개 송도 치부법은 서양의 복식부기 방법과 같은 것으로, 서양의 복식부기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하면서 개성상인에게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국가에서 민간상인의 무역을 금지시킨데다가, 국내에서는 국가의 허가를 받아 독점적 상업활동을 펼치는 한양의 시전과 육의전을 중심으로 상권이 새로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성상인은 전통적인 조직력과 뛰어난 상술, 성실한 처세로 전국의 곳곳을 누비며 상권을 연결, 오늘에까지 그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제시대에도 일본상인들이 개성에서만은 맥을 쓰지 못했다고 하거니와 한국의 재벌 가운데는 개성 출신이 많은데 이는 ‘개성상인’의 전통과 무관치 않다. 그리고 한국이 무역대국이 되기까지는 ‘개성상인’의 상혼이 그 밑에 깔려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