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써니 최,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선율
[인터뷰] 써니 최,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선율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3.10.1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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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세계한인차세대 대회’ 참석차 방한, 800여 차례 연주회 치루기도
▲ 피아니스트 써니 최

“Culture is Strong!”

‘2013 세계한인차세대 대회’가 한창인 10월4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만난 젊은 피아니스트는 인터뷰 부탁에 흔쾌히 응했다. 지난 1999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간 그녀는 차세대 한인 리더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개막식 때 인상적인 피아노 연주로 박수갈채를 받은 피아니스트 써니 최(한국명 최선근, 26세)의 음악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6년 만에 한국행이라면서요.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매일경제>가 선정한 차세대 지식리더로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한 게 2007년 이니까, 횟수로 7년만이에요. 오랜만에 찾은 모국인데, 너무 많이 변해서 깜짝 놀랐어요.”

- 가장 큰 변화가 뭐였어요?
“한국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일종의 ‘진화’하는 느낌이랄까. 한국 사람들이 어느 분야든지 열심히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한국에 비하면 토론토는 마치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 사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남다른 이력에 흥미를 생겼어요. 생명과학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졸업 후 ‘노인의학’으로 진로를 정하려고 했어요. 피아노는 ‘방과 후 활동’으로 4살 때부터 쳤었죠. 대학교 3학년 때 진로를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음악에 손을 놓으면 이대로 영영 끝나버릴 것 같았어요.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고심 끝에 결국 제 선택은 ‘음악’이었죠.”

- 양로원, 병원 등에서 공연을 8백 여 차례나 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뭔가 증명하려 안간힘을 쓴 게 아닌가’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쉬지 않고 연주하고 또 연주했어요. 음악을 하겠다고 막상 뛰어들긴 했지만, 사실 저 스스로도 확신을 할 수 없었죠.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부담됐었고. 나만의 것을 찾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대회에 나가 상을 받고, 정해진 연주를 반복해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로 답답했었어요.”

- 연주자로서 어떤 돌파구가 필요했던 거네요?
“비슷해요. 사실 음악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남들이 내 음악을 듣고 감동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공감할 수 있는 ‘저 만의 음악’을 통해서 말이에요.”

- 그래서 작곡을 시작한 거군요.
“작곡은 사실 작년부터 시작했지만, 곡을 쓸 때만큼은 ‘운명적인 사랑’과 조우한 느낌이랄까. 물론 처음 작곡을 시작할 때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어요. 제 마음이 깃들지 않은 곡은 쓰고 싶지 않아서 홍역을 대단히 크게 앓은 셈이죠.”

-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어요?
“가족, 친구와의 인간관계를 다시 시작하면서 마음도 안정되고 곡도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어요. ‘깊이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저만의 곡’은 아직 현재 진행형인 셈이지만요.”

- ‘음악적 영감이 사람에게서 비롯됐다.’ 흥미로운데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할 때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끊다시피 했어요. 연주에만 몰두하자는 의미도 있었고,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도 불편했어요. 연주를 통해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켜보자는 욕구가 컸고요. ‘관계’에 대한 제 생각을 다시 정립하면서 작업이 풀린 이유는 무엇보다 제 음악이 ‘사람’을 향해 있기 때문이에요.”

-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란 어떤 음악일까요?
“아빠에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해요. 너무 단순한 말 한 마디인데, 그게 쉽지가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외국 생활을 하긴 했지만, 살가운 말을 못하는 한국 사람의 피가 흐르니까요(웃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란 이런 것 같아요. 말로는 못하지만, 음악으로 그 감정을 전할 수 있는 그런.”

그녀는 자신의 음반 ‘Closer’에 수록된 ‘Unspoken love’이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선근 씨의 눈은 이내 붉게 충혈 됐다.

- 차세대 대회 얘기를 해볼게요. 멋진 차세대 남성들 많이 만났어요?
“글쎄요(웃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만나는 일은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죠. 참가한 차세대 모두 본인이 원해서 이곳에 온 거잖아요. 의사소통이 안 되더라도 공통분모는 역시 ‘한국’. 해외 생활을 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한국인이라서 자랑스럽다는 감정을 이곳에서 새삼 확인하게 됐어요.

- 앞으로 어떤 ‘한국인’이 되고 싶으세요?
“연주회나 이런 대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있어요. 이런 소통은 제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죠. 제가 어떤 ‘한국인’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다만, 외국과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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