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대전시와 LA한인회의 이상한 '리베이트 협정'
[수첩] 대전시와 LA한인회의 이상한 '리베이트 협정'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3.11.20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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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의료비용 10%를 한인회에 기탁하기로 했다고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LA한인회에 돈이 들어오는 일을 두고 괜히 트집을 잡는다고 배무한 회장이나 임영배 부회장 등 LA한인회 간부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한인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염두에 두면서 감히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문제의 소식을 들은 것은 쿠웨이트 공항에 막 내렸을 때였다. 두바이와 카타르를 거쳐 쿠웨이트에 취재여행을 왔을 때 본지 뉴스레터에서 LA한인회와 대전시 염홍철 시장이 관련된 소식을 접했다.

내용은 이랬다. 염홍철 시장을 비롯한 대전시 의료관광시장개척단이 11월18일 LA한인회를 방문, 배무한 LA한인회장과 의료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대전시는 한인회 추천을 받은 LA한인들이 대전시 의료협약 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때 진료비 총액의 10%를 우대하기로 했다. 또한 총 진료비의 10%를 대전시가 한인회 발전기금으로 기탁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대전시 의료협약 기관은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선병원, CMI종합검진센터, 킴벨피부과 등이라고 한다. 염 시장은 한인동포를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한국의 전통문화와 연계한 패키지 형 상품을 만들어 의료관광을 지원키로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가 의료관광을 유치하기 위해 특정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한인회가 운영자금을 위해 지자체 등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한인회가 협약을 맺을 때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남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파급효과가 긍정적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 의료기관들은 LA한인회가 추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염가로 의료를 제공할 수는 있다. 한인회도 교민편익을 위해 ‘한 건’을 올린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인회는 가만히 있을까? 뉴욕이나 워싱턴한인회는 교민들이 대전에 가서 비싸게 치료 받도록 가만히 놓아두고 있을까?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대전의 의료기관이 흑자를 내면서도 싼 의료비로 교민들을 끌어모으고 있는데 다른 지자체들이 눈뜬채 멀뚱멀뚱 보고만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아가 대전시가 LA한인회에 의료비의 10%를 되돌려 주기로 했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이름이야 어떻든 리베이트 성격이기 때문이다. 의료비 10%를  한인회에 리베이트로 떼주는 게 합법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지자체가 떼주기로 약속하고, 한인회가 받는다는 것은 설령 그런 뒷거래를 약속했다고 해도 공공연히 드러내 놓기에는 민망한 일이다.

경제학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다. 대전 의료기관이 10%를 싸게 해주고, 또 10%를 한인회에 떼준다면, 그 부담이 누구한테 갈까? 병원을 찾는 교민들이 져야 한다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의료기관이 자선사업 단체이지 않는 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도 있다. 지자체든 한인회든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면 사람들의 웃음만 살 뿐이다. 대전시와 LA한인회는 이 점을 곰곰히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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