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리안 창간기념식 행사에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가 온다고 해서 인사도 드릴 겸 참여했다.
한데 이날 의아한 일을 목격했다. 조정원 총재도 오지 않고, 대신 참석키로 한 양진석 사무총장도 불참한 체 ‘세계태권도연맹 양진석 사무총장’ 명의의 화환만 온 것이다.
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대표와 박완규 편집국장이 조총재와 가깝다는 것은 알 사람은 다 아는 얘기. 기자도 한 때 태권도언론에 몸담았던 터라 잘 알고 지내는 사이다.
그런데 왜 조총재는 물론 양 총장도 얼굴을 비치지 않고, 화환 또한 조총재 명의가 아닌 양 총장 명의로 왔을까? 조직 수장의 명의로 화환을 보내지 않고, 왜 사무총장 명의로 보냈을까?
이를 보자 호기심이 일었다. 왜냐하면 조총재와 양총장 사이에 불편함이 이런 형태로 표출된 게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조 총재가 지난해 연말 세계태권도연맹 3선연임에 성공하면, 양총장이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기 때문이다. 양총장 역시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고 지인들에게 얘기를 하고 다녔었다.
양 총장은 낫 인드라파나 태국올림픽위원회 위원에게 경비 지원조로 돈을 줬다가 언론에 알려져 ‘회유성 뇌물’로 망신을 샀다.
이러한 사건이 조총재의 3선연임에 적잖은 걸림돌이 됐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해말 조총재가 3선연임에 성공하든 않든 양총장은 현직을 떠날 것으로 관측돼 왔고, 실제로 본인도 그렇게 공언하고 다녔던 것이다.
조 총재와 양 총장의 불화설이 나돈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조총재는 3선연임에 성공한 후 세계태권도연맹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K모씨를 사무총장 후임으로 내정하고, 본인에게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K모씨 역시 조총재로부터 언질을 받고 준비에 들어갔으나 일은 꼬이기 시작했다. 물러나기로 한 사람이 물러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총재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양총장한테 물러날 것을 권유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는 조총재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일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일단락됐다. 물러나지 않는데 내보낼 수가 없다는 게 연맹에서 들려온 소식이었다. 내보내자고 해서는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런 소동이 일어난 지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장에서 화환을 보며 이 일을 떠올렸던 것이다. 궁금해서 알아보니 조총재는 요르단에 급한 일이 있어 출타하는 바람에 오지 못했다고 한다. 또 양총장은 치통에다 회의가 늦어 불참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주최측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럼 왜 조총재 화환은 없고, 대신 양총장 화환만 있었을까? 행사에 화환을 보내는 게 딱히 좋은 문화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화환을 보낸다면 조직의 수장 명의로 보내는 게 행사를 빛나게 하는 것이다. 수장이 행사주최측을 모르면 몰라도, 알고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세계태권도연맹에 아직 불화의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