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던진 화두, '재외국민 영사서비스 어디까지?'
[수첩]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던진 화두, '재외국민 영사서비스 어디까지?'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4.01.03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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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내 가족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우리 해외공관은 재외국민들에게 얼마만큼 잘 해줘야 할까? 최근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나와 화제다. 지난 연말 개봉된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그것이다.

영화는 우연히 마약운반사범으로 몰려 해외 감옥에서 고생한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2004년 일어났던 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해외공관의 또 다른 ‘민낯’을 노출시켰다는 평도 받고 있다.

이야기는 한 주부가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마약운반사범으로 체포되면서 시작된다. 남편 후배로부터 가방을 프랑스까지 옮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게 문제였다. 남편의 잘못된 빚 보증으로 집까지 단칸방으로 옮겨야 했던 탓에 400만원을 준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오를리 공항에서 걸렸고, 가방에는 걸려도 세금만 내면 된다는 보석 원석이 아니라 필로폰 마약이 들어있었다. 몰랐다는 말도 먹히지 않은 채 그녀는 외딴섬의 감옥에 보내진다. 이렇게 2년여간의 외롭고 괴로운 시간이 흐른다.

이 동안 남편은 아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국에서 받은 남편의 재판기록이 프랑스 재판부에 조금 더 빨리 제공됐다면 정상 참작돼 빨리 나올 수도 있을 뻔 했지만 이것도 무산됐다. 프랑스에 있는 대한민국 대사관의 무관심과 비협조 때문이었다. 재판기록은 내팽개쳐진 채 대사관 서류더미 속에 잠자고 있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한민국 외교부와 해외공관의 이 같은 ‘민낯’에 대해 하나같이 분노했다. 어떤 사람은 “나라가 국민을 버렸다는 느낌”이라고 표현했고, 또 어떤 이는 “정부의 국민에 대한 무관심에 분노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인터넷에 올렸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지 완전히 분노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평을 한 사람도 있었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맡은 방은진감독도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가 나에게 관심 없는 것 같으면 씁쓸한데, 믿고 의지한 국가에게 외면 받았다고 하면 그보다 더 큰 절망이 어디 있을까 싶다. 가장 큰 아픔일 수 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CBS 라디오방송은 9년전 실화의 주인공인 장미정씨와의 인터뷰를 뉴스로 소개하기도 했다. 장씨는 인터뷰에서 “남편이 한국에서 받은 재판 서류가 빨리 왔다면, 1년은 일찍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국의 대사관을 여전히 강하게 비난했다..

과연 대한민국 외교부와 해외공관은 실제로 영화속의 얼굴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 이준규 주인도대사는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사실에 대한 윤색은 불가피하지만 이 영화에서와 같이 재외공관의 영사를 ‘악마화’하는 것은 용납하기가 힘들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이 영화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최상의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많은 영사들을 허탈하게 만들 뿐 아니라 총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재외공관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영사서비스가 2004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면서 재외국민 보호서비스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이 대사는 정통외무관료 출신으로 재외동포영사대사도 지낸바 있다. 이 대사는 ‘영사서비스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이 있으며, 다른 나라 공관은 사실 더 냉정하게 일을 처리한다고 역설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이처럼 대한민국 영사서비스의 질과 한계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아가 이 영화는 나라에 있어서 국민은 어떤 존재인가, 공무원은 국민에게 얼마만큼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영화처럼 대한민국 어느 국민의 신체 자유가 위협받을 때 내가 해외공관에 있는 외교관이라면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인가? 혹 재판을 받고 감옥에 넘겨지는 당사자가 내 가족이나 친척이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때의 영사서비스에 나는 어디까지가 한계라고 선을 그을 것인가? 대한민국 외교관들이 곱씹어볼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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