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김규열 선장의 쓸쓸한 죽음
[수첩] 김규열 선장의 쓸쓸한 죽음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4.01.07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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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감옥서 숨져...대사관의 재외국민 보호에 의문

마약판매 혐의로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김규열 선장이 2013년 12월6일 필리핀 문틸루파 교도소에서 숨을 거뒀다. 필리핀 당국으로부터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지 4년만의 일이었다.

항해사와 선장으로 활동하던 김 씨가 필리핀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09년 6월. 같은 해 12월17일 필리핀 마약단속청은 김 씨를 마약판매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환각제인 엑스터시 10정을 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김 씨의 휴대전화로 보내자 그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 구매자로 위장한 경찰에게 엑스터시를 팔았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핵심 증거인 김 씨의 휴대전화는 제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압수직후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증거는 현장 체포 사진이 아닌, 마약단속청 사무실 안에서 촬영된 사진 두 장. 김 씨를 체포했다는 피자전문점은 2009년부터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체포 당시 경찰이 약 2700만 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 씨가 이에 응하지 않자 가혹행위가 이뤄졌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제기됐다. 그러나 필리핀 법정은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했다. 김 씨는 결백을 주장하며 항고했다.

외교부는 2010년 1월5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김 씨가 한국대사관에 접촉할 수 있도록 교도소 측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영사가 교도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김 씨의 건강상태와 애로사항 및 인권침해 여부 등에 대해 점검하고 생필품 지원도 하겠다고 약속했다. 담당영사가 김 씨를 처음 방문한 날짜는 2월8일. 김 씨가 강제 구금된 지 53일이 지나서였다.

702일간의 강제구금 끝에 김 씨는 보석공판으로 석방됐다. 김 씨는 귀국을 거부한 채 무죄를 증명하겠다며 재판을 준비했다. 그러나 2012년 12월17일 2심의 판결은 뒤집어지고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김 씨가 소득이 없기 때문에 마약 거래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종신형 판결의 근거였다. 보름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징역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김 씨의 항소서류는 법원직원의 실수로 7개월이 지나서야 필리핀 대법원에 전달됐다.

김 씨는 중범죄자들이 수감된다는 문틸루파 교도소로 송치됐고, 2013년 11월 뇌출혈로 쓰러져 12월6일 결국 숨을 거뒀다.

외교부는 필리핀 당국에 이 사건을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으며 김 씨에게 필요한 영사지원도 했다고 밝혔다. 8차례의 영사 면담과 재판 참관도 네 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MBC 시사매거진 2580>에 따르면, 대사관은 필리핀 당국에 김 씨 재조사 요청을 김 씨가 구금된 지 1년이 지나서야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예산 항목을 들어 재판 통역 지원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당시 김 씨를 돕던 한인단체 필리핀112 측 관계자는 김 씨가 수감자들의 지속적인 폭행과 영양실조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뇌출혈로 거동을 못하게 된 상태에서 별다른 치료나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사관 측은 묵묵부답이다. 외교부 공보담당관실은 “현재는 공식 입장 표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외국민보호과 실무자 역시 답변을 줄 수 없으며, 곧 공식입장이 발표될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외교부의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업무 지침 제13조 재외국민의 체포·구금시조치 2항에 따르면, 재외공관은 주재국 사법현실에 비추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체포·구금된 재외국민이 주재국 국민 또는 제3국 국민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주재국 사법당국에게 요청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대사관은 김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받기 위해 과연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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