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인들이 놀라워하는 한식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고즈넉한 산과 그 사이를 흐르는 강과 하천, 풍요로운 들녘, 한옥 등 조상들을 둘러싼 환경이 한식을 이루는 DNA에 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식을 품은 곳은 한옥이다. 산과 들의 모양과 어울려 묻어나는 은근함과 정겨움, 겨울 북풍과 여름 남동풍은 물론, 햇빛까지 생각한 가옥의 방향성은 그 안의 한식을 풍부하게 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천혜의 환경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건강까지 염두에 둔 방의 구조와 문의 배치, 발효문화의 산실이랄 수 있는 집안 뒤켠의 옹기종기 아기자기한 장독대, 탁 트인 앞마당, 지형과 기후에 따라 돌과 흙. 재료는 달리하지만 높지 않으면서 운치 있는 담장과 과실수 몇 그루가 더해져 이루어진 하나의 형체 속에서 한국 전통 음식 문화의 토대가 마련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전통음식은 어떨까?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배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평양냉면 등을 제외하면, 우리에게 북한음식은 미지의 영역인 셈이다.
평양에는 고구려와 고려의 수도가 있었다. 궁중음식과 다른 기후와 지형적 여건에 따른 식재료, 그리고 선조들의 지혜가 함께 녹아들어 만들어진 다양한 전통음식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 당장 현지에서 확인을 할 수는 없지만, 동국세시기와 규합총서 등 수많은 고문헌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한식재단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과 함께 150품목의 ‘북한전통음식 조사·발굴 사업’을 추진해 왔다. 방대한 데이터는 한식 아카이브에 고스란히 구축됐다. 북한전통음식을 찾아가는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향토음식은 지역별로 나름의 독특한 풍미를 가진다. 북한음식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과거 자칫 잃어버릴 뻔했던 고려청자의 복원과정에서도 경험했듯이, 단절된 역사로 선조들의 땀과 혼이 담긴 문화유산을 영영 잃어버리는 것은 학문적인 영역을 떠나서라도 조상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후손에게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세대로서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그 안에 현재 진행 중인 한식세계화 사업의 중요한 자원이 숨겨져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북한음식의 복원이 완료되는 날, 귀리로 만든 함경도의 귀밀송편과 황해도의 연안식혜를 맛볼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남북의 전통음식이 전 세계에 알려질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