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대통령의 교민간담회, 더 잘할 수 없나?
[수첩] 대통령의 교민간담회, 더 잘할 수 없나?
  • 비엔나=이종환 기자
  • 승인 2014.01.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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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교민이 들러리 서는 느낌 받아서는 안 돼…사전 준비 필요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유럽총연 총회가 열린 비엔나에서 문득 오래 전의 일을 떠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위스에서 가진 교민간담회 얘기가 나왔을 때였다. 기자가 과거 동아일보에 근무하던 시절, 일본 외무장관과 총리가 짧은 시기에 차례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냉랭하지 않을 때였다.

당시 인상적인 것은 일본측 참모들의 사전 준비 모습이었다. 외무장관 방한 하루 전날 일본 외무부 대변인이 서울로 날아와 일본어가 되는 몇몇 기자들을 호텔로 초청해 얘기를 나눴던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언론의 관심사를 확인하고, 다음날 외무장관 기자회견 때 나올 질문들을 미리 준비한 것이다.

이어 이뤄진 일본 총리 방한 때도 마찬가지였다. 총리 비서실 역할을 하는 관방장관실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한국기자 몇 명을 초대해 의견교환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이 같은 일을 통해 다음날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민감한 질문에 대한 대비책도 세우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게 거의 20년 전의 일인데, 이 일을 떠올린 것은 유럽총연 총회 참석차 스위스에서 온 분들의 대화를 듣고서였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스위스교민 간담회에 대한 얘기를 했다. 박대통령은 스위스를 국빈방문해, 1월19일 스위스 베른에서 교민간담회를 가졌다. 이때 스위스 각지 교민대표들이 간담회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간담회에 대해 약간 섭섭한 점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특히 이날 논란이 된 것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입양인 문제. 스위스에는 한국인입양인단체가 3개가 있다고 했다. 한국이 어렵던 시기에 스위스로 입양 온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단체였다. 이들 단체의 대표들도 초청받아 대통령의 교민간담회에 참가했으나, 문제는 이들이 들러리를 선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대통령도, 대사관도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이들이 참석했다는 얘기조차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배정된 자리는 메인테이블에서는 먼곳이었고, 이들은 말석에서나마같은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나눠보려 했으나 그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교민간담회에 이들 입양인 대표들을 왜 불렀을까? 교민간담회를 마친 후 이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들이 또다시 상처받았다면 이것은 대통령의 잘못인가 아니면 대사관의 잘못인가? 이날 논란이 오간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또 하나 더 있었다. 대통령에 대한 교민들의 질문에 대해서였다. 이 질문은 3개로 제안됐고, 그나마 사전각본에 의한 것 같다는 게 현장의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방문 때마다 반드시 교민간담회를 개최해왔다. 이때문에 해외동포사회를 중시하는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도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교민들의 느낌도 감안해서 미리 세심하게 준비되면 더 좋지 않을까. 간담회에 참석한 교민대표들이 격려 받고 고무될 수 있도록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준비는 참모들의 몫일 것이다. 대사관과 함께 청와대 참모들이 머리를 맞대면, 형식적이 아니라 진정성이 있고 교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간담회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대통령 교민간담회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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