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는 물고기가 아니다
  • 강기린<재미만화평론가>
  • 승인 2014.02.06 13: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쏟아지는 각종 뉴스. 바야흐로 뉴스의 홍수 시대입니다. 각종 포털사이트는 낚시성 기사로 클릭을 유혹합니다. 자극적인 제목일수록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뉴스를 보지만, 실상은 단편적인 세계만 접하고 삽니다.

지속적인 자극에 노출될수록 더 강한 것을 찾게 됩니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자극을 찾습니다. 뉴스를 보지만 결국 말초적인 쾌감만 남습니다. 제대로 느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극적인 뉴스에 중독돼 버릴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이러한 망각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사실’까지 잊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2012년 난민 주간을 앞두고, 영국에서는 관련 보도가 쏟아냈습니다. 이중 황색저널리즘의 대명사인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난민들 때문에 국가 예산이 허비된다는 식의 기사를 대대적으로 실었습니다. 다인종 국가인 영국에서 난민과 인종관련 문제는 쉽게 이슈가 됩니다. 이들이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증)를 조장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흥미를 끌어 더 많은 신문을 팔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영국인은 선정적인 사진과 단신을 주로 싣는 이들 신문을 선호합니다. 자극적인 뉴스가 주는 ‘재미’ 때문입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수록 전쟁으로 고통 받는 난민의 실상은 묻혔습니다. 만화영화 감독 앤디 글린은 문제의식을 갖고 난민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을 기획했습니다. 난민 어린이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됐고, 아이들의 경험담은 철저한 검증과 확인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섯 에피소드로 구성된 ‘Seeking Refuge(은신처를 찾는 것)’가 만들어졌습니다.

작품은 아이들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고아원에서 어머니와의 재회와 혼자 탈출하던 심경, 이방인으로 느끼던 순간 등에 초점을 맞춥니다. 감독은 난민문제의 심각성과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난민들의 신병처리에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전달하며 동시에 전쟁의 참상을 알렸습니다. 이 작품은 몇몇 타블로이드 신문의 단편적인 보도와 비교되며 교육 자료로 쓰이며 화제가 됐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다룬 기사를 읽으면서도 ‘헉, 짜릿, 충격...’ 등의 제목에 마음이 뺏깁니다. 자연히 방금 전 누군가의 아픔은 기억 너머로 사라집니다. 가십과 흥미 위주로 세계를 다루는 시각과 사고의 화두를 던지는 시선이 있습니다.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상처가 곧 나의 상처, 동시에 우리가 속한 사회의 상처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돌아서면 잊는 한 마리 생선처럼, 한번 보고 말 가십의 세계에서 언제까지 허우적거릴 작정입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