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도 가고 싶은 군대로 만들자
[칼럼] 우리도 가고 싶은 군대로 만들자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4.02.25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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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어린 군인들을 보고 느낀 단상

요즘은 꿈을 잘 꾸지 않는 편이지만, 전에는 곧잘 꿈을 꿨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는 무척이나 자주 꿔서 스토리조차 기억할 정도다.

하나는 6.25가 나서 북한군이 마을에 들이닥치는 경우다. 

달아나고자 해도 발걸음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고, 숨어 있어도 결국 들키고 만다. 잡혀서 발버둥 치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플롯이다. 이 같은 형식의 꿈을 어릴 적에  반복해서 꿔왔다. 디테일만 약간 다를 뿐 줄거리는 비슷했다. 어릴 적 도덕시간에 6.25와 무장공비 얘기 등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꾼 악몽이 아닌가 싶다. 

좀 더 커서 꾼 악몽은 군대에 다시 가는 것이다.

‘군대 다시 가는 꿈’이라고 하면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대한 뒤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내용의 꿈을 꿔왔다. 

 군 복무를 온전히 마치고 ‘개구리복(예비군복)’을 입고 멀쩡히 제대를 했는데, 다시 영장이 나와 군대에 소집돼 들어가는 것이다. 왜 또 군대에 가야 하느냐고 따져보기는 하지만, 꿈속이어서 그런지 말이 도저히 먹히지 않는다.애를 먹고 낑낑거리다가 깨어나 보면 꿈이다. 식은 땀을 흘리기도 하는 '악몽’이다. 

이런 꿈을 나만 꾼 게 아니다. 주변의 친구나 선후배들도 많이 꾸었다고 한다. 술자리에서는 흔히 군대 생활을 무용담까지 섞어 자랑스럽게 얘기하지만 속에서도 다시 가고 싶지 않는 곳이 군대인 듯하다.

새삼 꿈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얼마 전 다녀온 이스라엘 때문이다. 그곳에서 열린 2014년 아프리카·중동한인회 총연합회(회장 임도재) 총회 취재와 관광 일정을 포함, 1주일을 현지에서 보내고 왔다. 총회가 열린 예루살렘의 관광지를 둘러본 것은 물론, 여리고와 유대광야, 사해, 갈릴리호수, 예수가 태어난 나사렛, 이스라엘 최대의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갈멜산, 지중해의 가이사랴 유적지 등 다양한 지역을 구경했다.

처음 가 본 이스라엘에서 많은 장면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나이 어린 군인들이었다. 이스라엘은 국민개병제 국가다. 남자든 여자든 원칙적으로 모두 군에 가야 한다. 군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는 따로 없고 모두 사병으로 입대한다고 했다. 남자는 2년, 여자는 1년간 복무한다고 했다. 

 관광지 곳곳에서 이스라엘 군인들과 마주쳤다. 특히 예루살렘 성문의 하나인 시온문에서 나이어린 군인들을 많이 만났다. 시온문은 총탄의 흔적이 깨알같이 박혀있는 곳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배낭과 소총을 휴대한 어린 군인들이 유난히 많았다.예루살렘 체류 중 시온문에 두 번 갔는데 그 같은 장면은 똑같았다.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군대는  '시간을 때우는 곳'이 아니라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곳이라고 한다. 고급 기술도 군대에서 배울 수 있고,  창업과정도 마음만 먹으면 이수할 수 있다는 게 현지 가이드의 얘기였다. 심지어 밖에서 배울 수 없는 것까지 군대에서 배운다는 것이다.역시 유태인다운 역발상이라 할만하다.

사실 군대가 집과 같을 수는 없다. 엄한 규율이 있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동료들과 함께 훈련을 받으면서 땀도 흘려야 한다. 하지만 유태인들은 2세들이 누구나 군대에 가야 하는 만큼, 군대를 누구나 가고 싶어할만한 곳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였다. 전쟁 위험이 상존하고 크고 작은 전투가 수시로 벌어지지만 젊은이들은 기꺼이 군대에 간다는 것이다.

군에서 제대한 사람이 꿈속에서 악몽에 시달리고, 2세들을 군대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우리와는 다르다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우리 정부는 이중국적 자녀를 가진 사람을 공관장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검토했다. 핵심은 이중국적 자녀의 병역 의무 이행 여부였다.  이중국적으로 자녀의 병역 의무를 회피시키는 공직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다. 

군대가 우리 사회의 발전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이스라엘처럼 군대를 갈 만한 곳 나아가 가고싶은 곳으로 만드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이스라엘에서 나이 어린 군인들을 보면서 느꼈던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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