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어느 입양아의 죽음
[수첩] 어느 입양아의 죽음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4.02.26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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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일 미국 쉐디그로브 어드밴티스트 병원 응급실.

백인남성과 한국인 아이가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는 의식불명 상태. 머리 앞부분과 뒤통수에서는 피가 흘렀다. 콧구멍과 귀로 뇌척수액이 새어나왔다. 옷은 이들 액체로 축축했다.

환자는 2일 워싱턴 DC 국립아동병원으로 이송됐다. 아이의 이름은 매덕 현수 오캘러한, 한국명 현수. 올해 세 살이었다. 현수군은 뇌사상태로 이틀을 버티다 3일 사망했다. 생일 일주일 전이었다.

양부모는 현지인 네 명에게 현수군의 장기를 기증했다. 양아버지는 한인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봉사활동도 삼년간 했다. 현수군의 까다로운 입양 절차에도 불구 한국에 세 차례 오며 결국 입양을 성사시켰다. 양아버지의 페이스북에는 ‘슈퍼히어로’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현수군의 죽음에 살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워싱턴 DC 국립아동병원 의료진은 현수의 머리·목·등에서 멍과 긁힌 자국을 발견했다. 의료진이 밝힌 당시 현수군의 몸 상태는 ‘헤드 투 토(head to toe)’, 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처로 뒤덮인 상태를 말한다. 아동학대를 뜻하는 은어이기도 하다.

경찰은 현수군을 병원에 데려 온 백인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 긴급 구속하기에 이른다. 아동학대에 따른 일급 살해 혐의였다. 그의 이름은 브라이언 패트릭 오캘러한, 현수군의 양아버지였다.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새 가족

2013년 10월 세 살 현수가 탄 비행기가 태평양을 건넜다. 현수군이 도착한 곳은 미국 몽고메리 카운티 다마스커스. 현수군은 오캘런 부부의 막내아들, 매덕 현수 오캘러한으로 불렸다. 네 살 터울인 형 에이런도 생겼다. 그러나 현수군은 삼 개월 후 사망했다.

경찰 조사에서 에이런은 “동생을 사랑했어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은 증언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사고 당시 집에 있었던 사람은 오캘런과 에이런. 에이런 역시 혐의를 의심받고 있었다.

“아들(오캘러한)은 현수를 입양하기 위해 오랫동안 애를 써왔습니다. 입양한 순간부터 지난 4개월 동안 사랑으로 키웠습니다. 오캘러한이 그럴 리 없습니다.” (오캘러한의 부모)

“남편을 믿습니다. 그럴 리 없습니다.” (아내 제니퍼 오캘런)

오캘러한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한국 책임자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1997년부터 7년간 해군에서 복무했다. 2003년 이라크 전에서 미군 포로 제시카 린치 일병 구출 작전 등에도 참여했다.

석연치 않은 행동

2월18일 오캘러한의 첫 공판이 열린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카운티 법원.

도나 펜턴 검사는 현수군의 부검 결과를 제시하며 구타 살인을 주장했다. 머리·목·등의 멍과 함께 둔탁한 무엇인가로 수차례 가격을 당해 두개골 골절과 타박상, 내부출혈로 사망했다는 법의학적 소견이 유력한 증거로 채택됐다.

오캘러한은 살인혐의를 강경하게 부인했다. 그의 진술에 따라 사고 당시를 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1월31일 현수군이 욕실에서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에 어깨를 부딪침. △2월1일 수영센터에 다녀올 때까지 특별 징후 없음. △오후 4시경 현수군은 구토, 코에서 점액이 흐름. △응급실에 데려감.

그러나 오캘러한의 진술에는 시간차가 존재한다. 이튿날 현수군의 상태가 나빠지자 오캘러한은 이를 한 시간 동안 지켜봤다고 진술했다. 또 현수군을 씻기고 난 후에야 병원에 데려갔다. 그 사이 침대시트는 세탁됐다. 현지 검찰은 이 부분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일반적인 행동 패턴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검찰은 오캘러한의 주장대로 욕실에서 넘어져 이 같은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지 보강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보강수사가 이뤄져도 구타 살인이라는 결론은 뒤집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예비부모 검증 절차 전면 수술 필요해

이번 사건을 두고 국내외에서는 예비 입양부모의 조사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가정법원은 입양여부의 최종 판단 주체다. 그곳의 가사조사관은 입양기관의 조사보고서와는 별도의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가사조사관이 입양기관의 조사보고서를 ‘가져다 쓰면 된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같은 조사를 이중으로 할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문제는 입양기관의 보고서가 얼마나 치밀한 검증 절차를 거쳤는가라는 점이다. 뿌리의집 김도현 목사는 그 이유로 ‘돈’을 꼽는다. 미국에서 입양기관이 예비부모에게 요구하는 금액은 3만5천불~5만 불. 그 중 절반인 1만5천불~1만7천불이 한국 입양기관으로 넘어온다. 이들 기관이 작성하는 조사보고서가 과연 객관적일 수 있겠냐는 비판에 설득력이 실리는 부분이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TRACK)’ 제인 정 트렌카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돈만 있으면 백퍼센트 입양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 목사도 “99%의 예비부모가 입양자격요건을 통과한다”면서 “나머지 1%는 타기관을 통하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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