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時論] 부실대학 퇴출과 관련하여
[전대열時論] 부실대학 퇴출과 관련하여
  • 전대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 승인 2014.03.1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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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교육열은 가히 세계적이다.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한국과 같은 교육열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열이 높다는 것은 대학 진학률을 말한다. 많은 나라들이 기초적인 교육을 위해서 초중등 교육은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중등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직업을 선택하여 사회생활에 뛰어드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데 한국에서는 무조건 ‘대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월등하게 많다. 선진국의 학생들도 대학진학률은 대개 50% 미만인데 한국에서는 한때 80%를 웃도는 진학률을 보였다. 이처럼 수요가 많다보니 이에 호응하여 너도나도 대학육영사업에 뛰어들었다.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하다보니 수도권에 대학을 세우기만하면 학생수요는 얼마든지 맞출 수 있었다. 도저히 학생들이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지방오지에도 신청만 하면 대학인가가 나왔다. 4년제 학부대학이 어려우면 전문대로 신청하면 된다. 시간만 조금 지나면 전문대가 학부대학으로 승격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4년제 대학도 종합대냐 단과대냐 하는 것으로 갈려있는데 지금은 이를 구별하는 사람이 없다. 전에는 유니버시티냐 칼리지냐 하는 구별법이 있었고 유니버시티는 총장이라고 부르고 칼리지는 학장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에는 모든 대학의 책임자는 모두 총장으로 부른다.

대학총장이라는 직책이 무슨 큰 벼슬도 아닌데 총장과 학장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학총장은 장관급으로 대우했는데 요즘 총장은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한다. 대학이 433개나 되어 총장 풍년시대를 구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는 차마 대학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소규모 영세학교도 수두룩하다. 한

때 가족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정관수술을 강요하다시피 했던 굴곡된 산아정책 때문에 어느 때부터인지 학생 수가 급감했다. 대학은 크게 지어놨는데 들어올 학생이 모자라게 되어 잘 나가던 신생 지방대학은 교수의 숫자나 학생의 숫자가 엇비슷해지기도 한 실정이 되었다.

등록금으로 유지하는 사립대학 11개교가 자진해서 문을 닫거나 강제퇴출 되었으며 남아있는 대학 중에서도 수십 개교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할 처지에 있다. 그나마 국공립대학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을 대주고 있어 퇴출 염려는 없다고 하지만 뼈아픈 구조조정을 게을리 하면 사립대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문제는 학문연구와 인재양성이라는 커다란 꿈을 안고 전 재산을 투입하여 대학육영 사업에 뛰어든 독지가들의 처지가 안타깝게 되었다. 누가 강요한 사업은 아니지만 육영이라는 공익사업에 투자한 그들에게는 재산도 명예도 모두 잃어버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물론 사립대를 설립하여 등록금을 횡령하거나 온갖 이권을 독차지하여 사회의 지탄을 받는 사이비 교육자도 많다. 또 교육부 당국이 이를 눈감아 주거나 퇴직 후의 일자리 창출에 쌍불을 켜고 합작한 예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학생이 부족하여 수업진행을 할 수 없을 만큼 부실한 대학을 방치한다는 것은 사회의 전반적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개꼬리 3년 묵혀야 황모 안 된다’는 속담처럼 이런 대학을 가만 놔둬야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몇 안 되는 학생들만 골탕을 먹게 된다. 기사회생의 가망이 없음에도 지질 끌고 나가면 큰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딱한 실정이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길은 설립자가 투자한 금액의 일정부분을 되돌려주는 길 밖에 없다. 장래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리면 하시라도 빨리 폐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게 아닌가.

사립 중고등학교는 현재 그런 방법으로 퇴출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대학에도 반드시 이 방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법에서는 ‘국고 귀속’으로 못 박혀 있어 풀길이 없다. 외국에서는 부실대학이 자진해서 폐교하면 감정평가액의 30% 정도는 설립자에게 되돌려준다.

한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여 살 되지 않을 고름을 안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면 간단히 풀릴 문제다. 다만 비리대학의 경우에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시행해야 할 일이다.

한국이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변하기까지 교육의 힘이 얼마나 컸느냐 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인정한다. 부실대학 역시 잘 나갈 때에는 국가발전에 일조했다고 보고 사회통합을 위한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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