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동포재단, '대학에 돈주고 과목개설' 문제없나?
[수첩] 동포재단, '대학에 돈주고 과목개설' 문제없나?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4.04.04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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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 5년간 8천만원 지원... 다른 대학도 과목개설에 지원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서울대가 학부에 재외한인 교과목을 개설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서울대와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 이해교과목 강좌개설에 협약서를 4월8일 교환하기로 했다. 동포재단은 같은 날 서울대뿐 아니라 동덕여대, 고려대, 전남대, 부경대 등과도 협약서를 체결한다.

재외동포가 누구인지, 그 역사와 네트워크를 소개하는 과목이 여러 대학에 개설되는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다. 해외동포의 중요성을 학계에서도 새롭게 평가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대에서 개설되는 것은 한국 ‘최고학부’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도 있을 법하다.

재외동포재단에 따르면, 서울대는 재외한인에 대한 이해 교과목을 자유전공학부 주제 세미나 중 하나로 개설하기로 했다고 한다. 재외한인과 관련한 사이버교육, 강의 및 특강 등을 16주에 걸쳐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경대는 세계의 코리안, 동덕여대는 재중한인, 고려대는 유라시아 한인과 문화를 주제로 교과목을 개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학들은 해외동포 이해 과목 개설을 두고 왜 재외동포재단과 협약서를 교환할까? 그 속내를 알면, 마냥 감탄할 일만은 아닌 것같다. 이른바 돈을 지원해서 과목을 개설하는 ‘거래의 흔적’ 때문이다. 동포재단은 서울대의 교과목 개설에 5년간 8천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선 2년 계약으로 협약을 하고, 올해 1천2백만원을 지원하고 앞으로 늘려갈 전망이다.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재외동포재단의 지원금이 크든 작든 제공된다는 얘기다. 지난해에 해외동포 이해 과목을 개설한 한국외국어대학도 동포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강좌를 개설했다. 

재외동포재단의 돈이 지원됐다는 점에서 대학들의 해외동포 이해 강좌개설 의미는 반감되고 퇴색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상아탑에서 해외동포 과목 개설을 하는데도 ‘돈의 논리’가 통용된다는 게 현실치고는 너무 서글프다.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유지하고 거주국에서 모범적 구성원이 되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외교부 산하기관이다. 글로벌 한민족공동체를 구현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게 동포재단이 밝히고 있는 비전이다.

해외한인들의 정체성을 살리고, 차세대를 육성하며, 동포들이 현지에서 존중 받을 수 있도록 권익을 신장시키고, 모국과의 상생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도 만들어내는 것을 재단의 역할로 삼고 있다. 그리고 해외동포에 대한 내국민들의 공감대 형성도 전략적 목표의 하나로 세우고 있는 게 동포재단이다. 대학에서 해외동포 이해 교과목 개설을 지원하는 것도 아마 모국과의 상생이나 내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전략적 목표와 관련 있지 않나 생각된다.

하지만 돈을 지원해서 교과목을 개설시킨다는 것은 지나친 일임에 분명하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말이다.동포재단이 서울대에 5년간 8천만원이라는 돈을 지원해 과목을 개설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다른 대학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국에는 수백개의 대학이 있다. 이들이 동포재단에 모두 손을 벌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국립대는 지원하고 사립대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잣대를 들이밀 것인가?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할 것인가? 선발의 권한을 가진 담당자만 쾌재(快哉)를 부를 일이다.

재외동포 이해 과목을 개설한다는 명목으로 재외동포재단에 손을 벌린 대학도 문제일 수는 있다. 하지만 돈을 지원해 대학에 교양과목을 개설하겠다는 재외동포재단의 발상 자체가 더 문제다.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돈을 주면서 개설시킨 과목은 돈 지원이 끊기면 없어질 수밖에 없다. 그게 돈의 이치이자 세상의 철리다. 아무리 나랏돈이지만, 상아탑에 그런 방식으로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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