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정말 한심한 유럽의 ‘지사장’님들
[취재후기]정말 한심한 유럽의 ‘지사장’님들
  • 월드코리안뉴스
  • 승인 2010.11.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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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페인 수교60주년 행사 화보를 둘러싼 코미디

“스페인 화보 사진 언제 올까?”
“저녁때나 되어야 올 걸…”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기사 마감을 위해 스페인에서 화보 사진이 오기를 기다리기를 몇 시간. 서울이 어둑해질 무렵 마드리드의 아침이 밝으면서 이메일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이곳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1월6일 한국-스페인 수교 60주년 기념행사가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또한 유럽한인회총연합회 임원회의도 열렸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메일은 곧 이상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한가지 죄송한 말씀을 드립니다. 전체 의견이 제가 월드코리안신문에 사진과 설명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보낼 수가 없게 됐습니다. 사실상 저희 대부분의 유럽한인회장님들이 이미 재외동포신문의 지사장으로 위촉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대단히 죄송한 마음 금치 못합니다”
룩셈부르크한인회 윤혜숙회장으로부터 온 메일이었다.

일의 자초지종은 이랬다.본지는 스페인에 한-스페인 수교 60주년 행사가 열리며, 유럽의 한인회장들이 참가한다는 것을 알고 룩셈부르크의 윤회장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윤회장이 페이스북에 자주 올라서 서로 쉽게 연락이 됐기 때문이었다.

윤회장도 흔쾌히 동의했고, 이어 본지는 빨리 보내줄 것을 재촉하는 이메일도 보냈다.그러면서 기사를 다 막아놓고 스페인에서 올 화보 사진을 기다리며 인쇄를 미루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의 메일이 온 것.

그렇잖아도 기사가 흘러 넘치는데, 다른 기사로 채우지 하고 회신도 할 겨를이 없이 다시 작업을 시작했을 때 윤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직 마드리드라면서 메일을 봤느냐고 했다. 그래서 “봤다. 그런데 유럽 교민들이 여러분들을 한인회장 하라고 뽑아 줬을 텐데, 언제부터 모 신문 지사장으로 바뀌었는가. 우리 신문도 다른 신문 지사장들이 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윤회장은 막힌 말문을 열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우리의 부탁을 받아 행사 사진을 많이 찎는다고 하자 주변의 ‘지사장’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왔다는 것이다.재외동포신문 지사장 위촉장을 받았는데, 월드코리안신문에 사진을 제공해줘도 되는가 하는 얘기였다는 것이다.그래서 같이 모임을 갖고 논의한 결과 ‘보내지 말자’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그럼 재외동포신문에서 기사를 보내달라고 부탁이 왔던가 묻자 아니라고 했다. 우리한테만 부탁받았지만, 재외동포신문의 지사장으로 위촉을 받았기 때문에 그 신문에는 ‘자진해서’ 보내주고 우리한테는 보내지 말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쯤 해서는 대화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알았다. 우리는 한인회 행사에 관심이 있고, 한인회장들에게 관심이 있지, 다른 신문 ‘지사장’들에게는 관심이 없다. 지사장 노릇을 열심히 하시기 바란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다시 연락이 왔다. “스페인의 고광희 회장은 논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가 사진을 보내도 된다고 해서 보내기로 했다. 실어달라”고 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유럽회장들을 월드코리안신문 지사장으로도 모두 위촉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실린 것이 이번호 15면의 화보다.

사실 이런 얘기를 편집후기로 쓸까 말까 무척 고민을 했다.하지만 쓰기로 했다. 한인회장인가 신문지사장인가 하는 문제의 바탕에 ‘수준’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우리는 모 신문 지사장 위촉을 받았으니 다른 신문에 기사를 보내지 말자’ 하는 결론을 내는 정도의 사람들이 한인회 대표라면 정말 한심하다. 한인회가 무엇인지, 뭣을 해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집단으로 그런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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