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것이 바로 한국문화다
[시론]이것이 바로 한국문화다
  • 논설위원실
  • 승인 2010.11.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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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한국문화란 무엇인가? 한국인으로서 매우 궁금한 주제다.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음에도 속시원하게 답을 얻기 힘들다. 한국문화를 한국적이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미학에서 예술이란 포장 혹은 장식이다. 일본인은 일상생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감추고 모든 것을 철저히 의식화(儀式化), 양식화하는 재주가 있다. 일본식 정원, 다도, 꽃꽂이, 분재 등 모든 인공적 자연이 그 실례에 해당한다.

권력과 주류 사회에 ‘순치(馴致)’된 일본 문화에서 저항과 일탈은 낯설다. 반면에 한국 미학에서 예술이란 자연이다. 일상을 떠난 자연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교류하면서 공존하는 것이다.

자연은 형식화, 양식화되어 있지 않다. 완벽하게 정리되고 다듬어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다소 거친듯 하지만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한다. 자연은 원래 거친 세계다. 자연은 야성(野性, Wild)의 세계다.

야성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생존', ‘생명’이다. ‘생(生) - 살아있음’이야말로 한국문화의 정수다. 또한 자연의 세계에서 고정불변이란 없다. 언제나 변화한다. 따라서 한국문화에서 저항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조선은 ‘상소’가 많은 나라였다.

임금을 질타하는 문구를 보면 조선이 왕정체제였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목숨을 내어놓고 간언하는 선비들의 기개도 그 뿌리는 자연의 야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문화에서는 자연을 변형하거나 왜곡하기보다는 자연을 살리면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배흘림기둥, 창호지, 옹기, 막사발, 대청마루 등 한국문화의 고유한 특색은 대부분 자연과의 소통을 기본철학으로 삼고 있다.

가정의 제단인 장독대는 대부분 옹기다. 고운 흙이나 돌가루를 구워 만든 자기(瓷器)와 달리, 옹기는 작은 모래 알갱이가 수없이 많이 섞여 있는 거친 흙을 사용한다.

옹기 표면에 난 미세한 숨구멍 때문에 그릇 안과 밖으로 공기가 통할 수 있어 안에 담긴 음식물이 잘 익을 수 있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옹기는 또 깨어져 사용할 수 없게 되더라도 분해된 뒤 2년이 지나면 자연 상태의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전통 한옥 역시 통기성이 뛰어난 건축물이다.

지붕 아래 서까래와 중천장 사이에 빈 공간을 남겨두어 이 구멍을 통해 공기가 순환되도록 했다. 한옥의 대청마루는 대류현상을 이용한 자연 바람의 청량한 기운을 받으면서 살았다. 한마디로 자연과 소통하는 숨쉬는 집이다.

인공은 일률적이고 획일화되어 있는데 반해 자연은 획일적으로 동일한 품질과 크기를 띠지 않고 다양하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말은 스스로 말미암다는 말이다. 즉 자연(自然) = 자유(自由)다. 그래서 한국문화의 특징은 자유분방함으로 나타난다.

우리의 전통문화에는 세계인이 원하는 생명 평화적 요소가 깃들어 있고, 환경에 찌들고 경쟁에 지친 현대인의 웰빙, 건강, 친환경적 요구에 부응하는 요소가 충만히 잠재되어 있다.

자연은 질서가 잡힌 인위적인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크게 보면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이 질서 속에서 움직이지만 미시적으로 보면 무질서한 세계이다.

이렇게 자연이라는 것은 무질서와 질서가 날줄과 씨줄로 얽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소통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게 바로 한사상의 핵심과 통한다. 자연과 합일된 인간의 순박한 삶. 이것이 바로 한국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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