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무책임한 한사람의 큰 실수
[Essay Garden] 무책임한 한사람의 큰 실수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4.04.19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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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1912년 영국선장이 지휘하던 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가 빙산에 부딪혀 사고가 일어났던 날짜와 비슷하다. 세월호의 침몰은 한국시간으로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였고, 내가 사는 미국시간으로는 15일 오후 5시경이었다. 알 수 없는 무슨 운명인가.

40여 년 전 여수에서 통영 앞바다까지 신혼여행을 가며 배의 심한 요동으로 구역질하며 고통을 받았던 작은 페리호가 생각난다. 내가 고국에 살던 시절에는 구경도 할 수 없는 큰 배의 참사를 보며 믿을 수 없다. 경주와 부여로 역사 탐방을 갔던 우리 학창시절 수학여행과 달리 한국이 엄청나게 잘 살다 보니 요즘 학생들은 불꽃놀이를 보며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뉴스에도 나는 놀랐다. 자녀들의 수학여행비를 내려면 부모는 얼마나 벌어야 할까.

지난날 아름다운 제주도는 우리들의 인기 제일의 신혼여행지였는데, 너무나 흥청망청 잘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해마다 허점이 여기저기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나라를 이끌어 온 여러 대통령 때부터 잘못된 정부와 일부의 국민들. 정말 이러다간 대한민국 큰일이 나겠다.

토요일 삼일 째 날에도 행여나 하고 기진맥진하여 지친 학부모들 얼굴을 보며 울화통이 치밀어 나도 차마 못 보겠다. 하나둘 주검으로 나오는 시신을 보며 기가 막혀 눈물이 마구 흐른다. 온 국민이 오열하고 있다.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 325명의 학생과 교사 15분이 타고 있었다. 오늘은 구조된 교감 선생님(윤리 교사)이 죄책감으로 자신을 화장하여 사고가 난 바다에 함께 뿌려 달라며 자살했다는 소식마저 안타깝다.

미래에 어떤 성인으로 자라서 사회에 무슨 일을 할 줄 모르는 아까운 꿈나무들. 뻔뻔하고 무책임한 몇 사람의 어이없는 행동은 마치 바다에 선장과 항해사가 쳐놓은 커다란 그물에 걸린 고기떼처럼 당했기에 비통하다. 육지가 가까운 진도 근처 아침 시간에 발생했는데도, 인명을 많이 구해내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하늘마저 무심하게 비까지 뿌리는지.

"엄마, 엄마" 절규하던 자녀들의 슬픈 함성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미래에 커갈 젊은이들이 대한민국 이 땅을 지켜야 하는데 원통하여라. 또 상심한 유가족들은 무슨 희망으로 어찌 살아간다는 말인가.

잠잠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대한민국의 어이없는 대형사고들. 몇 해 전엔 천안함의 폭격 날벼락으로 아까운 젊은이들이 죽었다. 얼마 전 경주의 리조트, 체육관 붕괴 때도 대학생들이 양심 없는 사람들이 만든 허술한 건물로 떼죽음을 당했는데 또 웬 말인가. 근사한 유람선의 사진처럼 대한민국도 외적으로만 번지르르하지 않는지.

배에서 가장 끝까지 남아야 할 선장이 살려고 먼저 튀어나왔다니 이탈리아의 비겁한 선장처럼 2000년이 넘는 무기징역을 살아야겠다. 지난번 비행기사고 때 아시아나의 여승무원이 울면서 아기를 업고 맨발로 구출하던 걸 보고 비행기에 탔던 고객들이 감동하여 세계로 전하던 이야기와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나는 한국인으로 너무나 창피스럽다. What a Shame! 외국인이 많이 타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처참한 배의 사진을 보니 구명보트는 배에서 얌전히 잠만 자고 있다. 평소에 승무원들에게 사고에 대비한 안전교육도 하지 않고 객실만 늘리며 돈 벌기에만 급급한 청해진 해운회사도 책임을 피하지는 못하겠다. 일본에서 18년이나 사용해 온 낡은 배를 2012년에 사들여 6천 톤이 넘는 호화유람선으로 개조했다는데 이 모양이다. 부패한 기업정신. 책임을 질 줄 모르는 사람들.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나만 잘 먹고 잘살자는 이기주의 사고방식. 안전 교육의 불감증에서도 모두 벗어나야겠다.

또, 100년 전 타이타닉호의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가 지금까지도 존경받는 이유를 배우자. 바다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했고 자기가 입었던 구명조끼까지 벗어 입혀주던 선장은 침몰하는 배와 함께 자랑스럽게 스스로 바다에 묻혔다. 선원들 모두 고객을 위해 발전기를 돌리며 최후의 순간까지 직무를 다했다.

스미스선장은 최선을 다한 승무원들에게 고맙다고 칭찬하며 제군들도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이제는 알았을 것이라는 농담 같은 명언을 남기고 영국인으로 자부심을 느끼면서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했다고 전해진다. 이 기회에 우리는 한국인으로 어떻게 살아갈까를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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