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시단] 그날
[동포시단] 그날
  • 황미광<시인, 미동부한국문인협회 이사>
  • 승인 2014.05.02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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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그날
그 어두운 시나리오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차곡차곡 쌓아온 모든 잘못된 관행들이
슬픔의 냄새를 풍기며 찾아와 있었다

하늘도 원치 않았던 일이었기에
바다보다 짙푸른 너희들이었기에
황당한 미안함에 파도도 몸을 떤다

세상이란 무대 위에 단 한번 제대로 서 보지도 못하고
이슬처럼 사라져간 아름다운 이름들!

생떼같은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들은
껍질만 남아 몸부림친다

어이할꺼나, 어이할꺼나,
그날 그 시각 그 자리에 있은 것이 잘못이었다

캄캄한 바다에선 얼마나 추웠더냐
뜨거운 불 화로에선 놀라지 않았더냐
4월은 기어이 잔인하고 말았구나

커다란 슬픔의 덩어리 삼킨
이 땅의 선한 백성들
분노와 미안함으로 침몰하고 있다

기다리라는 말 아직도 믿고 있니?
이제는 훨훨 날아가거라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올 여름 밤 하늘은 별이 된 너희들로 인해
더욱 눈부시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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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황미광(시인, 미동부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 PEN한국본부·한국문인협회 회원)

사진 오른쪽이 황미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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