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63] 김치
[아! 대한민국-63] 김치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4.05.03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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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13년 12월, 한국의 김치와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김치라는 유형(有形)의 특정음식이 아니라 김장이라는 한국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인류무형유산이 되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 공식명칭도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 ‘한국에서의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김장’으로 되어있다.

유네스코는 ‘김치를 만들고 나누는’ 김장문화가 한국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통하여 이웃과의 나눔의 정을 확인하는 동시에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유네스코의 등재를 계기로 한국이 김치의 원류이자 종주국임이 분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내세우기 보다는 김장문화의 건강한 계승과 발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동국세시기(1849)」에는 10월의 세시풍속으로 김장담그기를 “서울 풍속에 무, 배추, 고추, 마늘, 소금 등으로 독에다 김치를 담그는데 이는 일년 중 아주 중요한 행사”라고 하여, 김장문화가 19세기에 이미 널리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채소를 소금에 절여 만드는 김치는 재료와 그 만드는 방법에 따라 그 종류가 2백가지가 넘는다. 채소가 젓갈과 고춧가루를 만나고 다시 미생물의 도움을 빌어 새로운 맛으로 탄생한 발효식품이 바로 김치다. 김치를 만들어 저장하는 과정에서 품앗이와 두레라는 한국적인 독특한 노동의 협동이 이루어진다. 김장을 담그는 날은 온 마을의 잔칫날이 되고, 담구어진 김치는 온 마을과 자녀들에게 나누어지는데, 그 전 과정이 김장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해외에 흩어진 한국동포들을 이어주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는 것도 김치와 김장문화다. 예컨대 사할린의 한인동포는 3만 명으로 그 구성이 다양하다.

일제강점기 때 끌려 온 ‘화태치’를 비롯, 스탈린 통치시절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했다가 돌아온 ‘큰 땅뱅이’, 북한에서 벌목장이나 광산에 일하러 왔다가 눌러앉은 ‘북선치’, 여기에 남·북한 국적자, 중국조선족 등이 있다. 이름도 러시아식으로 바꾸고, 우리 말도 잊었지만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한민족이라는 일체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김치와 김장이라는 것이다.(「사할린의 김치에 대한 고찰」, 사쿠라 도시오)

이처럼 김치와 김장문화는 이제 한국인의 나눔문화와 정체성의 상징으로 되고있다. 그러나 김치와 김장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해서는 김치를 직접 만들어 먹는 분위기 확산을 위해 양념을 배합한 김치소와 절임배추의 상품화, 김장문화 활성화를 위한 김장휴가나 김장보너스 제도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해외에 나가서 가장 그립고 먹고 싶은 음식인 김치와 김장문화를 어떻게 우리 안에서, 그리고 세계 속에서 키워나갈 것인가가 한국인에게 주어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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