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민주평통 미주지역대회 유감
[수첩] 민주평통 미주지역대회 유감
  • 이종환 기자
  • 승인 2014.05.03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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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행사로 일관...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리더십 아쉬워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관도지전(官渡之戰)은 적벽대전, 이릉대전과 함께 ‘삼국지’의 3대 전투에 속한다. 관도대전은 또 적벽대전처럼 약자가 강자를 이긴 전투로도 유명하다. 이 전투의 승리로 인해 조조(曹操)는 당시 가장 막강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중국사를 자신의 역사로 만든다.

서기 200년 경, 조조는 헌제(献帝)를 손안에 넣고, 여포, 원술, 장수 등을 차례로 격파하며 하남성에서 강소성의 양자강 이북에 걸친 지역을 통일해 북쪽의 원소(袁绍)와 대립하고 있었다. 원소는 사세삼공(四世三公)이라 불리는 명문 집안의 수장으로 지금의 하북성, 산서성, 산동성 지역을 지배하고 있었다. 조조에게 패한 유비도 원소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을 때였다.

조조와 원소의 군은 지금의 하남성 중모현의 관도(官渡)에서 대치했으나 원소의 군대는 조조군의 계략에 대파 당했다. 원소가 패배하자 그가 지배하던 지역에서는 반란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그는 이를 수습하며 다시 전투를 벌였으나 창정전투에서 패배한 후 실의 속에 병사했다. 

관도대전의 얘기를 꺼낸 것은 조조의 리더십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관도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원소의 본진을 점령한 조조는 원소의 막사에서 많은 문서들을 입수했다.조조 군대의 장수들이 원소군측과 주고받은 편지들이었다. 이 편지들이 조조의 수중에 들어가자 원소측과 연락을 주고 받았던 조조군의 장수들이 불안에 떨었다. 아예 죽었다 생각하고, 땅에 드러누운 장수들도 나왔다고 한다.

이때 조조는 결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문서들을 한곳에 모으도록 한 다음 깨끗하게 불태워버린 것이다. 통합과 격려의 리더십이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세월호 참사 중에 열린 민주평통 미주지역대회를 지켜보면서 기자는 이같은 조조의 리더십을 떠올려봤다.민주평통 미주지역대회는 4월30일부터 5월2일까지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렸다.미주지역 각지의 해외자문위원 7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미국 각지의 한인사회 지도자 700여명이 모이는 행사는 미국에서도 열린 적이 없는 큰 행사다.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고 처음 열린 민주평통 미주지역대회이다 보니 이만큼 많은 사람이 참여했던 것이다. 그것도 미국 각지에서 일부러 태평양을 건너와 서울에서 모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면서 우리 정부가 보인 것은 세월호 참사의 비극에 침잠한 ‘ 침몰의 리더십’이 아니었나 싶다. 정부는 모든 것을 소극적으로 접근했다. 미주지역 한인사회 지도자 700여명이 모인 유례없는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아픔을 설명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리고 힘과 용기를 북돋아 주고, 모국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도록 함께 해달라는 설득과 위기극복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세월호라는 국난에 가위 눌린 나머지 행사는 간략하게 진행됐고, 큰 행사가 자그마한 행사로 전락했다. 미주지역에서 온 한인지도자들은 매번 관례적으로 해오던 청와대 방문 및 대통령과의 다과회도 갖지 못했다.

차라리 대통령이 해외 지도자들을 관례대로 청와대로 초청해서 ‘한국이 압축성장 하다보니 이런 문제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단계 성숙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으면 어떨까? 그리고 해외 동포들이 해외의 경험들을 한국에 전해줄 수 있도록 호소했으면 어떨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민주평통 대회도 마냥 슬픔 속에서 소극적으로 치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평통 미주지역지문위원대회는 이런 점에서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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