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그림편지-7] '거위의 꿈' 날개를 펼쳐요.
[김봉준그림편지-7] '거위의 꿈' 날개를 펼쳐요.
  • 김봉준 <오랜미래신화미술관 관장, 작가>
  • 승인 2014.05.0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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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코리안 기림상> 도자조각, 5x3m, 2012년 김봉준 작

위 그림은 제가 2012년 군포예술회관 초청전시 때 첫 선 보인 작품입니다.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속으로는 상징의 연속물입니다. 생명의 소생과 소멸을 뜻하는 우주목이 세라믹 타일벽화기법으로 뒷벽을 장식하고 있고 앞에는 아낙이 아이를 안고 앉아 있습니다.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으로 가족과 종족의 정체성을 이어간다는 메타포를 숨긴 채 들어 냅니다. 호랑이는 우리민족의 가장 오랜 토템신화상징입니다. 그림 전체는 봄날의 화사한 생명의 빛을 발하는 세계한인 희망의 상징입니다.

올 봄도 이렇게 평화롭게 자연을 벗하며 살고 싶었는데 그냥 넘어가질 않는 군요. 세월호 참사가 나를 울립니다. 모든 국민도 같은 마음으로 보름 넘게 뉴스를 처다보며 어쩔 줄 몰라 했겠지요. 이게 웬일 입니까.

곰곰이 따지고 보면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우리가 알면서도 무심코 지나간 과정 과정마다에 악마는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배 안전검사, 배 중량 점검, 콘테이버 접안밧 줄 점검, 차량 댓 수, 배 하자 보수, 폐선 5년 연장한 노후 배, 운항 경로 이탈, 선원 처우 문제점, 위기탈출 훈련 부재, 선박회사의 생명경시 이윤 극대화 회사운영, 선장 선원의 도덕성, 허술한 재난구조 시스템, 해양경찰의 초동 구조 실패, 복지부동 무책임성 관료사회, 오보 언론, 국회의 책임실명제 안전법 처리, 정치인들의 막말....... 우리나라 사회지도층의 민낯을 한꺼번에 보게 되었습니다. 디테일에 숨은 악마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거대한 사건을 만들었고 사후에도 진흙탕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거 원 창피해서 해외에 나가서 코리안이라고 자랑도 못하겠습니다. 국제사회 민간활동도 경제활동도 신뢰와 신용으로 성숙해 가는 건 데 그 동안 국민과 국가와 세계한인들이 쌓아 올린 오랜 노력을 이렇게 한꺼번에 망가뜨릴 수가 있나요. 이 걸 보고 "공든 탑이 무너 졌다"고 할 밖에 없나요. 아니 속이 빈 채 쌓아 올린 탑이라 언젠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으니 이제 오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려 왔고요. 너무 겉으로만 그런 척하며 살아 왔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선진국 타령, 산업입국 자랑하며 자기의 겉모습 가꾸는 데만 치중 했지요. 인문학자나 종교인 예술인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경종을 울리며 한국사회 문제를 지적하면 그럴 때마다 경제지상주의자들은 콧방귀도 안 뀌었지요. 선진국은 돈만 잘 번다고 거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제 제발 하는 척만하고 작은 것 과정 생략하는 엉터리 관행 없애버려요. 우리의 혁명은 작은 것에 있어요. 2014년 4.16 이후 대한민국은 바뀌었다는 소리를 세계인으로부터 들을 수 있게 되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다시 더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봄입니다. 서러워 눈물 흘리다가도 꽃 피고 새 잎 돋는 저 산천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고 희망이 돋아 납니다. 희망은 어차피 산 자의 몫입니다. 단원고 참사 학생의 아버지 답입니다. "나도 이민 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산 자들은 이 땅에서 살아야 하고 또 후손들이 이어가야 합니다. 희망은 찾는 것이 아니고 내가 희망이 되렵니다." 여기에 다시 용기를 내고 또 희망을 냅니다.

▲ <거위의 꿈> 도자조각, 1999년 김봉준 작

세월호 참사 이보미양 부모님이 한 언론사에 자기 딸이 부른 '거위의 꿈' 노래를 보내 왔습니다. 그 노래를 듣다가 다시 울컥 하였습니다. 이 소녀에게 희망은커녕 죽게 한 죄가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부끄럽고 미안해서 노래 들으며 눈물 밥을 먹었습니다.

'거위의 꿈'은 나 또한 젊은 시절을 그 노랫말처럼 보냈기에 남의 일이 아니라 더 서러웠습니다. 아직도 나는 '거위의 꿈' 포기하지 않고 사는 예인인지라 예전 생각 나서 내 옛 조각을 꺼내왔습니다. 이 조각은 1999년에 내가 암 투병하면서 살적에 만든 조각입니다. 내 산골 집 앞마당에는 거위와 오리와 닭을 놓아 길렀는데 그 때 감동을 담았던 흙 조각입니다.

거위는 날개가 퇴화하여 비록 날 줄 모르지만 자존심이 무척 강한 동물입니다. 낯선이들이 오면 덤비며 경계합니다. 언젠가 자기도 날 줄 안다고 여기며 날개도 가끔 펄럭이며 바람맞이를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거위가 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 집 언덕배기에서 아랫녘으로 바람을 타고 항공모함처럼 나는 게 아닙니까! 그 큰 몸집이 하늘을 날았습니다. 큰 개가 나타나 물려고 덤비니까 갑자기 난 겁니다. 생존의 위기에서 그 초월적 날개 짓을 나는 보았습니다.

이보미 양의 못다 이룬 꿈 앞에 저도 서 있습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생의 마지막까지 '거위의 꿈' 잊지 않고 한길로 가렵니다. 저렇게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바다에 수장시키고만 채 애태워 하면서도 가족 밥상 차리고 살림살이하는 모심, 종족을 기르며 이어온 모심, 우린 어머니의 마음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 '거위의 꿈'을 우리 모두의 꿈으로 만들 수 있게 날개를 펼쳐요. 세계한인 여러분~ 유튜브를 열고 함께 '거위의 꿈'을 함께 불러주실래요. 이 보미 소녀의 꿈을 같이 꾸어 보아요. 이 소년 소녀들, 세월호 참사의 영혼들을 달래주어요.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 등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 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 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난,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날을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 날을 함께해요. ('거위의 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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