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재미작가 최미자의 세번째 작품···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신간] 재미작가 최미자의 세번째 작품···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4.05.10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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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역사도 흥미롭다. 프랑스의 해군 제독이자 탐험가의 이름인 ‘루이 앙투안 부겐빌리아’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와 함께 애인을 데리고 항해를 간 프랑스의 식물학자 필리버트 커머컨이 발견하여 알려진 꽃이다. 커머컨이 지난날 함께 갔던 해군 제독을 기리며 훗날 꽃의 이름을 만들었다니 얼마나 의미 있는 영웅의 꽃인가. 당시 항해의 규칙에 여자는 배를 탈 수도 없었다는데, 애인에게 남성 복장을 입히고 배를 타게 허락해 준 함장과 식물학자간의 우정의 깊이는 어떠했을까.”(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중에서)

미국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재미동포 작가 최미자씨가 최근 세번째 에세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Fly Fly Boungainvillea Petals). 264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영어에세이도 포함돼 있다.

“우리 집 앞에 있는 나무 이름이에요. 꽃잎이 얇은 종잇장처럼 보이는데 너무 화려하고 아름답습니다.” 최미자씨는 레몬향기처럼(2007년), 샌디에고 암탉(2010년) 수필집을 낸 작가다. 5월9일, 시차 16간이 나는 샌디에고에서 전화가 왔다. 샌디에고 라디오 코리아에서 ‘최미자의 문학 정원’을 진행했던 그는 “몸이 많이 아팠을 때, 부겐빌리아를 보면서 힘을 냈다”며, 수필집 제목을 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집 앞 부겐빌리아에 대한 애정은 물론 이 책 속에도 담겨 있다.

“흰개미의 공격을 받게 된 것은 우리의 실수였다. ··· 터마이트, 흰개미가 집 전체에 퍼지지 않도록 독한 약을 뿌리게 되니 기술자는 현관의 부겐빌리아 나무가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당시 사십 년이 지난 고목인데, 약을 치는 회사의 명령대로 대형 천막을 집 전체에 덮을 수 있도록 나무의 몸체만 남겨 놓았다. 제발 죽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심문지로 감싸주면서.”(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중에서)

최미자씨는 포엽식물인 부겐빌리아에 새싹이 돋는 것을 보고 희망을 가졌고, 이민자로서의 어려움도 극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월간 미주현대불교 기획위원, 편집고문, 월간 피플 오브 샌디에고 주필 등 작가로서의 활동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남편은 아침마다 배달 된 신문을 주우며 현관에 어질러진 꽃잎을 말없이 비로 쓸어준다. 요즈음은 그도 우리 집 꽃을 바라보는 눈이 확 달라졌다. 흰 머리카락을 날리며 꽃 쓰레기를 치우는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본다. 우리의 결혼생활도 꽃나무 나이처럼 철들어 가는 것일까. 꽃이 사람이 되었을까. 사람이 꽃이 되었을까.”(날아라 부겐빌리아 꽃잎아 중에서)

이 책에는 이처럼 미주동포들의 소소한 생활 주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늘을 날아가는 저 새들은, 스타인 연구소의 한인 과학자, 테네시주에 가다, 스프렉클즈 야외음악당, 할리우드 볼 음악회, 하우스 핀치 새둥지 등 미주한인들이 주변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감칠맛 나게 우리말로 표현돼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해외에서 생활한 한인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들이다. 최미자 작가는 미국 샌디에고 퍼싱중학교의 수학보조교사오 엘카혼 교육구의 특수학교 대체보조교사를 역임했다. 경북대학 사범대를 전공해 물상과 화학을 가르쳤던 그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맛본 석류의 맛은 기똥찼다. 올해는 석류꽃이 아주 늦은 봄에 피었다. 화려하지도 붉지도 않은 주홍빛이 도는 석류꽃은 해마다 피지만, 주위에 나무가 많아서인지 우두둑 떨어지곤 했다. 좀 정성을 부었더니 올 가을엔 풍성한 수학을 했다.”(석류처럼 주렁주렁 중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영순 교수는 이 책에 대해 “저는 늘 거창함을 노래하는 역사가였기에 한 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진솔한 희노애락의 의미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일깨워준 수필이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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