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애국지사 유적을 찾는 일도 한인회의 몫
[수첩] 애국지사 유적을 찾는 일도 한인회의 몫
  • 울란바토르(몽골)=이종환 기자
  • 승인 2014.05.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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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한인회가 세운 이태준기념공원 방문 단상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발행인

울란바토르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복드산 기슭에는 독립지사 이태준선생을 기린 기념공원이 있다. 이연상 몽골한인회장과 함께 이 곳을 찾았을 때는 아침 9시도 되기 전이었다.  일찌감치 숙소를 찾아온 이회장이 꼭 가봐야 한다며 안내한 장소였다.

3백평 남짓해 보이는 기념공원에는 노란 민들레가 활짝 피어있었다. 몽고인 관리인이 머무는 하얀색 게르 반대쪽으로는 기와지붕을 한 팔각정과 기념관 건물이 보였다.

이태준 선생은 1883년 경남 함안군 군북면의 인천이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호는 대암(大岩). 세브란스의학교 (연세대의대) 제2회 졸업생이다. 안창호 선생이 만든 ‘청년학우회'에 가입한 그는 독립의 뜻을 품고 1912년 중국 남경으로 망명한다.

이어 31세이던 1914년 애국지사 김규식 선생의 권유로 몽골로 떠난다. 몽골에서 김규식, 유동열, 서왈보 등과 함께 비밀군관학교를 지을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이 무산되자 선생은 대신 동의의국이란 병원을 열어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연락처로 삼았다.

1917년 몽골 마지막 왕인 복드 칸의 주치의가 된 선생은 1919년 상해 임시정부의 군의관 감무(監務)로도 임명되고,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하는 김규식에게 활동비를 대기도 했다.그리고 이듬해에는 러시아 소비에트 정부가 상해임시정부에 지원하는 원조금 운반했고. 의열단에 가입해 폭탄제조법을 소개하기도 했다.하지만 1921년 일본과 친한 러시아 백군이 울란바토르 점령하면서 이들의 손에 의해 복드산 기슭에서 피살되고 만다.38세때였다.

“저기 보이는 이태준 선생 묘소는 가묘입니다. 유해를 찾을 수 없었지요.” 기념공원 경내에 있는 이태준선생의 묘소를 가르키며 이연상회장이 말했다. 복드산 기슭 어딘가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찾지 못해 가묘를 만들고 기념공원을 세웠다는 것이다.

“복드산의 전망대에서 기념공원이 바로 내려다 보입니다. 우리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전망대에서 볼 수 있지요.” 전망대에서 공원까지의 거리는 채 1km밖에 되지 않을 듯했다.

이태준선생의 기념공원을 세운 것은 몽골한인회였다고 한다. 한인회가 몽골정부에 요청해 기념공원 부지를 받아내고, 연세대와 함안군 등의 도움을 받아 팔각정과 기념관도 세워 공원으로 가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방문했을 때도 몽골인 공원관리인은 이연상회장한테 페인트를 주문했다. 팔각정 기둥의 칠이 벗겨지고 있어 손을 봐야 한다는 얘기였다. 일전에는 지하수를 뽑아올리는 양수기의 모터도 바꿔줬다고 한다.

이같은 장면을 지켜 보면서 해외의 한인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한인 선인들의 사적을 찾아 기념관을 만들고 보존하는 일도 한인회의 몫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태준기념공원은 몽골을 찾는 한국인들이 반드시 들르는 관광명소가 돼 있을 뿐 아니라, 복드산을 오르는 몽골인들이나 외국인들에게 펄럭이는 한국의 태극기를 조망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인 2세들에게는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역할도 한다.

세계 곳곳에는 이처럼 자랑스런 우리 선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들의 족적을 찾아 기념관을 만들고 태극기가 펄럭이도록 하는 것도 한인회의 일이 아닐까? 울란바토르에서 느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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