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65] 소나무
[아! 대한민국-65] 소나무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4.06.0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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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아마도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 가운데 하나가 소나무일 것이다. 소나무는 집을 짓는데 주요한 자재로 쓰일 뿐만 아니라 연료, 식품(송기), 약재(송진), 관재(棺材) 등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래서 “소나무 아래서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고 할 정도로 소나무는 우리의 생활에 물질적, 정신적으로 가깝고 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우선 소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이므로 예부터 해, 산, 물, 돌,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과 함께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서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나무로 한국인에게 각인되어 있다. 소나무는 또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한다.

비바람, 눈보라와 같은 자연의 악조건 속에서도 변함없이 의연히 서서 늘 푸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나무의 기상을 우리 민족은 기려왔다. 우리나라 ‘애국가’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는 노래 가사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선비들이 소나무를 일컬어 초목의 군자라고 한다든지, 송죽(松竹), 송백(松柏)을 노래하는 것 역시 그 절개와 지조를 본받기 위함이다. 전통 혼례식의 초례상에 소나무 가지와 대나무를 꽂은 꽃병을 한 쌍 갈라놓는데, 이는 신랑 신부가 소나무와 대나무처럼 굳은 절개를 지키라는 뜻에서이다.

소나무는 또 액막이와 정화(淨化)를 상징한다. 세시풍속의 하나로 정월 대보름 전후에 소나무 가지를 문에 걸어놓고, 출산 때에나 장 담글 때에 치는 금줄에 솔가지를 끼워 넣는 것 역시 잡귀와 부정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아기가 아프면 삼신할머니에 빌기 전에 바가지에 맑은 냉수를 떠서 솔잎에 적셔 네 귀퉁이에 뿌리는데 이는 부정을 씻어내어 제의(祭儀)공간을 정화하기 위해서이다. 무덤가에 둘러 선 도래솔도 벽사와 정화의 역할을 담당한다.

신이(神異)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나무 설화도 다양하다.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正二品松)은 세조가 행차할 때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려 세조가 탄 연(輦)이 무사히 지나가게 해서 정이품 벼슬이 하사되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영월의 장릉 주변에 있는 소나무는 단종이 묻혀있는 장릉을 향해 굽어있어, 그에 대한 충절을 나타낸다는 전설이 있다.

꿈에 소나무를 보면 벼슬할 징조이고, 꿈에 솔이 무성함을 보면 집안이 번창하며, 꿈에 솔이 비온 후에 나면 정승 벼슬에 오르고, 꿈에 송죽 그림을 그리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설화가 있다. 이래저래 소나무는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나무다. 성삼문과 윤선도는 각각 이런 시조를 남겼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의 뿌리 곧은 줄을 글로 하여 아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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