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66] 느티나무
[아! 대한민국-66] 느티나무
  • 김정남<본지 고문>
  • 승인 2014.06.16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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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우리나라 시골마을 입구에 서있는 우람한 고목나무의 대부분은 느티나무다. 이들 느티나무는 껑충하게 키만 큰 것이 아니라, 옆으로 넓게 가지를 펼쳐 그 아래를 아늑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여름이면 그늘이 되어주고, 동네노인들이 모여 장기와 바둑을 두는 노인정의 역할도 하고, 동네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공회당이 되기도 한다.

정월대보름을 비롯하여 농사의 풍년과 마을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의식이 이루어지는 곳도 바로 여기다. 따로 시설을 하지 않아도, 나무 아래 자그마한 제단 하나만 놓고, 제수를 차리면 당제(堂祭)를 올릴 수 있는 당산나무가 된다. 거기에 금줄을 매어 달면 성황당이 되는 것도 이 느티나무다. 그러 길래 마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할 때는 으레 입구에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느티나무는 우선 오래 산다. 아름드리 굵기의 나무라면 짧게는 백 년, 길게는 한 오백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 긴긴 세월 묵묵히 마을을 지켜보고 또 지켜왔으니 백성들의 희로애락과 온갖 사연을 다 꿰고 있다. 그러니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나무일 수밖에 없다.

한 그루의 느티나무는 그 마을을 상징하고 또 기억케 한다. 우람하고 덩치가 크게 자라는 만큼, 그 목재의 효용도 다양하다. 집 지을 때 기둥이나 대들보로 쓰이는 것은 물론, 불상과 같은 큰 조각품이나 가구를 만들 때 아주 유용한 나무다. 느티나무 목재는 결이 곱고 황갈색에 윤기 나는 아름다운 무늬가 뚜렷하기 때문에 소목 가구를 만드는데 널리 사용되었다. 썩거나 벌레가 먹지 못하는데다 건조과정 중에 갈라지거나 비틀림이 없고 재질이 단단하다.

느티나무를 괴목(槐木)이라 부르는데, 충북 괴산(槐山)이란 이름도 느티나무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신라 진평왕 때 찬덕이란 장수는 지금의 충북 괴산 근처에 있던 가잠성을 지키다가 백제군이 쳐들어와 성을 잃게 되자 그대로 달려 나가 느티나무에 부딪혀 죽었다.

이후 가잠성을 느티나무 괴(槐)자를 써서 괴산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경남 의령군 세간리에는 임진왜란 때 의병대장 곽재우 장군이 북을 매달아 놓고 군사훈련을 시켰다는 ‘현고수(懸鼓樹)’가 있는데 이 또한 느티나무다. 느티나무는 자랄 때의 형태가 ‘T’자라서 북을 걸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경주 천마총의 왕의 관재(棺材),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해인사의 법보전과 수다라장의 나무 기둥의 전부 또는 일부가 느티나무다. 오래된 절의 대웅전 기둥이나 구시(큰 나무밥통) 역시 대부분이 느티나무로 되어있다. 사방탁자, 뒤주, 장롱, 궤짝 등 조선시대 목가구의 대부분 역시 느티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러고 보면 느티나무는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을 한국인과 같이 살아가는 셈이다.

한여름 시골여행을 갔다가 넓게 드리운 느티나무를 보면 저 아래서 낮잠 한번 자고가고 싶은 것이 한국인의 심성이다. 느티나무는 고향, 고향사람을 언제나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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