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화장시킨 남자'의 또 하나의 꿈
'화장실을 화장시킨 남자'의 또 하나의 꿈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6.26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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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현순 interbath 회장

▲ 박현순 interbath 회장
“고등학교 때 받은 퇴학 예정 통지서가 3장이나 돼요. 그것도 한 반에서 한명 떨어질까 말까 한 고등학교 입시에 떨어져 어렵게 간 학교였는데 말이죠.”

상해한국인회 전임회장이자 한국과 중국에서 Interbath라는 기업을 이끌고 있는 박현순 회장은 학창시절 부모님 속을 어지간히 썩혔다고 말했다. “학교 다니면서 학교장 명의로 받은게 퇴학예정 통지서였지요. 상장은 받은적이 없고요.  퇴학 예정 통지서를 한 통 받기도 힘든데 세 통이나 받았으니 어지간한 거지요.”

고등학교에 떨어지니 어머니가 나서서 어렵게 입학시킨 곳이 인천의 고등학교. 서울서 경인선을 타고 인천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무단결석이 특기였노라고 박 회장은 고백했다.

부모 속을 무던히도 썩였던 그는 전문대 입학 후에야 철이 들었다. 2년제 전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그룹사운드 활동도 했다. 졸업 후, 작은 무역회사에 입사했다. 망해가는 무역회사에서 욕실 타일을 팔았다. 그는 “그 회사에서 5년 간 사장님과 라면 끓여먹으면서 집에도 안가고 사장님 오른팔로 일했다. 지금 생각하면 직장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직장생활을 하던 중 그가 졸업한 전문대학은 4년제로 바뀌었고, 재학 시절 ‘대학가요제’에 출연하며 학교를 빛냈던 그에게 총장이 직접 전화해 편입을 권했다. 총장의 권유에 영문과에 편입한 뒤, 직장과 병행하는 것이 미안해 휴직했다. 휴직 후 영어공부를 위해 펜팔을 하다가 ‘펜팔을 할 것이 아니라 무역을 해보자’는 데에 생각이 이르렀다. 욕실 타일을 팔던 경험은 살리되 전 회사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타일 대신 비슷한 품목인 변기, 세면대 등 욕실 도기를 팔았다.

그것이 interbath의 시작이 됐다. "당시는 아파트가 막 들어설 무렵이었습니다. 밖에 있던 화장실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죠.” 화장실이 안으로 들어오면 깨끗해야 하고, 냄새가 없어야 하고, 밝아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화장실에 젊음을 바치겠다고 결심한 그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을 디자인했다. 디자인을 전공할 만큼 ‘예쁜 것’을 좋아했던 그는 돈이 생기는 대로 모아 프랑스, 이태리 등을 다니며 유럽의 선진화된 화장실을 공부했다. 그는 ‘보여주고 싶은 욕실’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화장실을 가고 싶은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예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 물을 내릴 때마다 13리터의 물이 빠져나가고, 이를 정화하기 위해 더 많은 물이 소비되는 것이 국가적 낭비라고 생각한 그는 1992년부터 절수형 양변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94년, 6리터 절수형 양변기를 세상에 내놨다. 이것이 각종 언론매체에 나오면서 회사도 커졌다. 이것으로 환경부 장관상도 2번이나 받고,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그는 당시 받았던 특허를 풀고 누구나 절수형 양변기를 만들도록 했다. “국가적으로 절약되는 건데 돈 벌겠다고 나 혼자 하는 것은 맞지 않잖아요. 특허를 신청한 것은 그저 하나의 상징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죠.” 이로 인해 6리터 양변기는 대한민국 표준이 됐고, 특허를 풀어 업계에 좋은 소문이 나면서 회사 매출에 도움을 줬다.

“1986년부터 2001년까지 한해도 적자가 나지 않는 겁니다. 중간에 IMF가 있을 때도 브랜드 아파트들이 생겨나면서 고가의 우리 제품이 인기를 얻었고요.” 실패를 맛보지 못한 그는 “잃는 맛도 있어야 하는데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2001년 중국행을 택했다. 그리고 지금껏 실패는커녕 승승장구 하며 중국과 한국에 각각 공장을 세웠다. 중국에 180개, 한국에 100개 안팎의 체인점도 생겨났다. 중동, 말레이시아, 인도, 대만, 일본과 미국 일부에 에이전트를 두고 세계 곳곳에서 inerbath의 물건이 팔려나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해 작년 12월에는 3.5리터 양변기를 개발했다. 현재 특허신청이 계류 중이지만 마찬가지로 나중에 특허를 풀 생각이라고 했다.

그가 요즘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바로 ‘배스스쿨’을 만드는 것. 그는 “욕실과 화장실 공간을 연구하는 과에서 프로패셔널한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사람이 없어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계에서는 전문 인력을 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모교인 호서대학교에 욕실학과 설치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욕실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아직은 낮지만 욕실은 전 세계가 똑같이 이용하는 공간이니 만큼 욕실은 최고의 아이템이고, 최고의 시장이에요.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외면할 것이 아니라 전문 인재가 배출돼야 합니다.”

▲ interbath 전시실에서 제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현순 회장
 
▲ interbath의 제품으로 꾸민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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