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강만평(三江漫評)-48] 중국공산당 간부의 ‘간통’에 대한 처분
[삼강만평(三江漫評)-48] 중국공산당 간부의 ‘간통’에 대한 처분
  • 정인갑<북경 전 청화대 교수>
  • 승인 2014.06.30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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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에서는 고위층 관료의 비리척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수십 명의 고위층간부가 낙마했다. 그들이 저지른 비리는 크게 두 가지인바 하나는 금품횡령이고 다른 하나는 ‘통간(通姦)’이다. 통간의 우리말은 ‘간통’이다.

지금까지 간통이 운운된 낙마 관료는 두 명이다. 하나는 지난 달 낙마한 중국출구신용보험공사 원 부총경리 대춘녕이고 다른 하나는 2012년 낙마한 무석시 전 시장 모소평이다. ‘죄명’은 다 ‘여타인통간’(與他人通姦, 다른 사람과 간통했다)이다.

이전에는 ‘간통’이란 말을 쓰지 않고 ‘생활 작풍 문제’, ‘부화타락’, ‘작풍부화’(作風腐化), ‘도덕패괴’(道德敗壞) 등 말만 썼다. ‘생활 작풍 문제’를 꼭 ‘간통’이라 볼 수 없다. 이를테면 자기의 마누라를 괄시하는 것도 생활 작풍 문제이지만 간통이 아니다. ‘부화타락’ 등은 더욱 그렇다.

가령 모 관료가 수천만 원짜리 골동품 그릇을 사다가 재떨이로 썼다던가, 수백만 원짜리 옷을 하루 이틀 입고 버렸다던가 하면 부화타락, 도덕패괴이다. 그러나 간통이 아니다. 아마 이런 애매모호함을 피하기 위해 ‘간통’이라는 단어를 써 개념을 더 정확히 표현한 모양이다.

그사이 안 쓰던 ‘간통’에 대해 대중이 좀 생소해하므로 중국기율검사위 홈페이지에 그 의미를 해석해 놓았다: ‘배우자가 있는 일방이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자원에 의해 발생한 성 행위를 간통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면서 ‘간통’은 ‘도덕성에 위배되는 행위이지 중국 형법에 규정된 범죄행위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중국에는 간통죄가 없으므로 한국에 비해 혼외 이성관계가 비교적 느슨하다.

그러나 ‘공산당원에 대해서는 일반 군중보다 더 엄격히 요구해야’하므로 처분할 수 있다. <중국공산당 기율처분 조례> 제150조에 이런 규정이 있다: ‘다른 사람과 간통하여 불량한 영향을 끼친 자는 경고처분 또는 엄중경고처분을 준다. 정절이 엄중한 자는 당내 직무 철회 처분 또는 당적 해제 처분을 준다.’ 지금 중국공산당원 속에는 간통현상이 비일비재하며 일반 당원이 저지른 간통이거나 ‘불량한 영향’을 끼치지 않은 간통은 보통 눈감아 준다. 그러나 고위층 관료 속에 간통현상이 더 많고 또한 끼친 ‘불량한 영향’이 더 크므로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앞으로 간통의 ‘죄명’으로 처분 받을 중공 고위층간부가 속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 수천년 역사에 줄곧 간통을 범죄로 취급했으며 또한 엄격히 처벌했다. 상나라 때 이미 간통죄를 지은 사람을 궁형에 처한다는 기록이 <상서>에 있다. 궁형은 남자의 음경과 고환을 모두 제거해버리는 형벌이다. 진(秦)에서 청(淸)에 이르기까지 줄곧 간통죄에 한해 혹은 사형, 혹은 궁형으로 처벌하였다. 심지어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사로이 죽이는 것까지 허용한 적이 있다.

중공정부가 설립된 이후 <중국형법>에서 간통죄를 빼어버렸다.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들었다. a. 불법이지만 서로 자원 하에 이루어진 성 행위라는 점, b. 간통을 저지르는 현상이 많다는 점, c. 감시·공제·근거확보가 너무 시끄럽다는 점, d. 제한된 폭력수단을 이렇듯 많은 ‘범죄’에 쓰면 믿지는 장사이며 체면도 많이 깎이는 노릇이라는 점··· 등등이다. 그러나 군인 배우자와의 간통과 14세미만 여자와의 간통은 범죄로 처벌한다고 제외시켰다.

지금 한국에서 ‘성폭행’, ‘성추행’이란 말은 광범위하게 쓰지만 ‘강간’, ‘간통’이란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아마 추저분한 ‘간’(姦) 자를 회피하고 좀 더 점잖은 말을 쓰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이를테면 ‘×하다’를 ‘섹스하다’로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성폭행’, ‘성추행’에 성적 접촉(姦)이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애매모호하다.

옛날 필자의 고향에서 이런 일이 생긴 적이 있다. 마을의 한 곱상한 40대 초반 과부에게 중매가 자주 들어오는데 그녀는 한동안 혼사에 동의할 듯 말 듯하며 선물과 돈을 챙기고는 거절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하여 마을에서 의론이 분분하며 인심도 많이 잃었다. 이에 격분한 마을의 20세 좌우 남자 청년 몇몇이 그녀를 탈곡장 움막으로 끌고 가 발가벗기고 라이터로 음모를 한바탕 지지고 유방도 주먹으로 줴박았다. 그 청년 몇몇은 유죄판결로 실형을 언도받았으며 죄명이 ‘성폭행’이었다. 그러나 강간은 아니었다.

또 이런 일도 있다. 남녀 간에 한동안 연애를 하다가 일방이 거절하자 서로 헤어지기에 즈음하여 마지막 이별 키스에 남자가 여자의 혀를 물어 잘라버리거나 유방을 칼로 찌른 것, 마지막 기념 섹스에 여자가 남자의 음경을 물어 잘라버린 것 등이다. 모두 성폭행 죄이다. 그러나 강간이 아니다.

성추행이 비교적 보편적이고 엄중한 사회현상이므로 한국도 ‘강간’을 포함한 비교적 명확한 단어를 써서 추상적인 ‘성폭행’, ‘성추행’보다 의미를 정확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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