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우크라이나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해외기고] 우크라이나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 김원일<모스크바대 정치학박사>
  • 승인 2014.08.2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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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사태는 현재까지도 평화적 해결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내전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정부와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중단 발표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사태는 이후 극적인 상황전개들로 이어지며 야누코비치의 축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의 독립선언, 포로셴코 대통령의 선출과 지금은 내전으로까지 악화된 상황이다.

이런 사태의 변화 과정에는 많은 부분에서 미국과 EU를 일방으로 하고 러시아를 다른 일방으로 하는 외국세력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그 결과로 지금 우크라이나사태는 복잡한 국제적인 분쟁양상을 가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확대된 상태이다. 미국과 EU는 러시아의 크림반도합병과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지역 민병대에 대한 지원 의혹 등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각종 보복조치를 취하면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에 관한 정당성을 주장하며 오히려 미국과 EU에 우크라이나사태의 악화에 책임을 돌리면서 EU산 농산물의 수입금지조치 등을 취하며 오히려 미국과 서방에 대한 역제재까지도 시도하고 있다.

사실 우크라이나 분쟁은 사회역사적 연원이 깊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문제이다. 여기에 미국 서방과 러시아간의 세계패권 경쟁이라는 측면이 더해져서 상황이 복잡성을 띄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9세기경에 키예프공국의 성립으로 시작됐고, 13세기 몽골의 침입 이후 약 800년 동안이라는 오랜 기간을 서방과 러시아의 지배를 받아왔다.

이후 1917년 비로소 독립국가를 수립했지만 1923년 소련에 편입됐고, 1991년 소련해체의 영향으로 독립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우크라이나는 드네프르강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접한 동부와 동유렵과 접한 서부지역으로 크게 나뉘어서 서방과 러시아의 상이한 영향을 많이 받게 됐다.

이에 따라 두 지역간에는 민족적, 종교적, 문화적정서가 상당부분 다르게 형성됐다. 그리고 구소련의 정책에 따라 산업구조도 농업중심의 서부와 공업중심의 동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주민들의 평균소득도 공업중심의 동부지역이 서부에 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사회환경 속에서 우크라이나에는 1991년 독립 이후 강한 지역성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사회정치세력들이 형성됐다.

그리고 이들은 국가발전방향과 정책주도권을 놓고 크게 친서방과 친러 세력으로 양분되어 첨예하게 갈등하며 정치 투쟁을 계속해 왔다.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경제 또한 반복되는 위기상황에 처해지곤 했다.

미국과 서방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확보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점차 예전 세력을 회복해 나가고자 하는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거점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러시아 측에서는 마찬가지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권 안에 확보해 두어야 국가발전과 자국의 세력확장이 가능하다는 지정학적인 당위성이 있는 것도 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서방은 구소련이 동서독 통합을 용인할 때 나토의 동유럽으로의 확대는 꾀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소련이 무너지고 러시아가 혼란을 겪을 때 미국과 서방은 동유럽지역을 꾸준히 장악해 나갔다.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서 러시아에서는 아직도 깊은 불만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친러 성향의 대통령이었던 야누코비치를 축출하는데 미국과 서방이 다양한 방법으로 개입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크라이나 국내의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어려움에 미국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가지는 상반된 이해의 충돌이 더해가며 우크라이나사태는 현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서방은 강한 경제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는 자원을 볼모로 서방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방의 정치경제제재로 러시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푸틴대통령은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가지는 러시아의 입장이 정치적 경제적 이익이라는 측면과 함께 러시아라는 국가의 안보 그리고 국제정치에서 향후 영향력 유지라는 국가 위신의 문제가 얽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사태의 해결이 향후 러시아가 유럽의 변방국가로 취급당하게 되느냐 아니면 유라시아지역의 맹주로 다시 발돋움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중요한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사태의 해결을 위한 러시아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 중에 하나는 러시아와 미국 서방의 갈등과 이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각종제재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강화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유라시아대륙을 영토로 가지고 있는 대국이다.

우크라이나사태로 미국 서방과 갈등을 빚자 러시아는 보란 듯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와의 관계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과는 그 동안 가격조건 등으로 인해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던 러시아가스와 석유의 중국으로의 수출계약이 얼마 전에 이루어 졌다.

그리고 북한과도 올해 들어서 러시아 고위인사들의 북한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북러 간의 다양한 정치경제협력도 모색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 강화는 한반도의 미래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북러관계의 발전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양날을 가진 칼과도 같다. 이는 이후 남북관계가 정상화 수순을 밟는다면 남북러 삼각협력의 토대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만약에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이 제외된 채 북러 간의 협력만 강화된다면 나중엔 한국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으로 한국의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졌으며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지역은 미래의 자원확보와 새로운 시장으로 경제적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안보동맹인 한미 동맹관계 또한 한국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지금 한국은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역사적으로 전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국가의 정치경제적 지형은 향후에 미국 서방과 중국 러시아의 갈등 혹은 협력관계에 따라서 한국의 미래에 새로운 기회와 더불어 위기도 불러올 수도 있는 구조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정책담당자들의 우크라이나사태의 추이에 대한 현명한 정책적 판단과 이에 따른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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