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의 한국식 교육환경 아직도 열악해요”
“청도의 한국식 교육환경 아직도 열악해요”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9.04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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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혜경 민주평통 칭다오협의회 자문위원

 
“2003년 주재원이던 남편을 따라 청도에 갔어요. 공항에서 내려서 당시 4학년, 2학년이던 아이들에게 가장먼저 했던 말은 ‘이제부터 너희가 외교관이고, 대한민국의 얼굴이다’라는 것이었지요.”

지금은 많아졌지만 당시만해도 한국인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 사람들은 다 저렇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니 한국에 살 때보다 더 조심해야 한다고, 우리들의 모습이 곧 대한민국의 모습이 된다고 어린 아이들을 붙들고 ‘민간외교’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는 주인공은 박혜경 민주평통 칭다오협의회 자문위원.

“그때는 한국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중국 사람들이 영어도 못 알아들어 TV를 살 때도 엄청 고생했다니까요. 아무리 TV를 말해도 못 알아듣고 글자로 써도 안돼서 결국 그림을 그려보여주고야 살 수 있었어요.”

한국사람 보기가 어려우니 아이들을 교육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그 해에 한국학교가 생기면서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보냈지만 한국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등 다양한 공부를 하던 아이들에게 학교 교육 외에 다른 공부를 시킬만한 곳이 없었던 것. 그는 한국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경험을 살려 아예 유치원과 한국아이들에게 미술, 음악, 컴퓨터 등을 교육할 수 있는 학원을 차렸다.

“공항에 내렸는데 우리나라 70년대를 보는듯한 수준이었어요. 그러니 교육은 기대할 수 없었죠. 아이들을 한 과외방에 보냈는데 선생님이 봐줬다고 하는데도 똑같은 문제를 3일째 틀려오는 겁니다. 그래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학원을 같이 했지요.”

그가 운영하고 있는 곳은 가온누리유치원. 가우스특례학원이라는 곳도 함께 운영했었지만 작년 대학입시를 앞둔 아이를 뒷바라지하느라 현재는 유치원만 운영하고 있다. 26개월부터 학교 입학 전까지의 아이들 40명 정도가 다닌다. 작년에는 60명 정도 됐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은 학교 부속 유치원에 가는 경우가 많아 올해부터는 한 반을 줄였다고 했다. 가온누리유치원 아이들은 한국인 또는 부모 중 한명이 한국인인 다문화 아이들로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는 물론 피아노, 미술 등을 배운다.

한국인의 수가 늘어난만큼 이제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집, 학원 등 교육기관이 많아졌다. 하지만 수가 많아졌을뿐 제대로 된 교육기관은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교육환경은 사실 아직도 좀 열악합니다. 아이들은 특례입학 제도를 믿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부모들은 어려운 환경에 데려온 것이 안쓰럽고 미안해서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지요.”

그는 특히 역사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학원을 운영하다보니 아이들이 중학생만 되어도 학교에서 중국 아이들과 역사문제를 놓고 싸우고 오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문제는 중국 아이들은 자기들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지만 한국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박 자문위원은 “영어권에 주재원으로 나가면 한국에 다시 복귀하기가 쉽지만 중국어권은 그렇지 않아 주재원이 끝나면 사업을 하는 등 현지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한국에 가더라도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고요. 그러니 점점 역사교육과 멀어지는 것이지요.” 그는 최근 국사가 수능과목으로 들어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역사교육만은 제대로 이뤄져야 국가관과 통일관도 생기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중국은 워낙 크고, 다른 나라가 10년 걸릴 변화를 1년이면 이루어내는 나라입니다. 제가 보는 것이 전부는 아니고 지역마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겠지만 청도에는 제대로 된 한국식 교육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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