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참정권 운동 진행 중… 일본, 독일의 태도 가져야”
“10년째 참정권 운동 진행 중… 일본, 독일의 태도 가져야”
  • 이호근 기자
  • 승인 2014.09.05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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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행부 민주평통 일본근기협의회 자문위원

 
“지금 재일동포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3.1운동과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들을 대량학살했던 과거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설행부 민주평통 일본근기협의회 자문위원은 돗토리현의 민단 단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재일동포 2세로 돗토리현에서 나고 자란 돗토리 토박이다. 그는 “작은 시골마을”이라고 돗토리를 소개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돗토리 민단은 10년째 참정권 획득을 위한 운동과 재일동포 인권문제에 관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번, 가을마다 학자와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인과 일본인이 참여한 가운데 지방 참정권과 재일동포 인권문제에 관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올해도 11월15일 ‘과거극복’을 서브타이틀로한 심포지엄이 계획돼 있다.

“민단이라는 조직의 목표는 재일동포들의 생활을 도와 일본인과 함께 사이좋게 생활하고, 한국과 일본이 교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재일동포들은 법적으로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해요.”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 이전까지는 재일동포들도 일본 국적을 가지고 일본인과 같은 혜택을 누리며 살았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 이후 일본 국적을 박탈하고 외국인으로 취급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취직도 할 수 없고, 일본인과의 결혼에도 제약을 받았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인도 물론 제약이 있지만 한국 사람에 대한 차별이 유독 심하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일이었습니다. 공무원도 될 수 없고, 취직도 할 수 없으니 먹고 살 길이 막막한 것이죠.”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선 법을 바꿔야 하는데 재일동포들에게는 선거권이 없으니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설 단장의 설명이다. “재일동포들은 자신들의 문제인데 모르고 있으니 이들에게 권리를 가르쳐줘야 합니다. 일본의 마이너리티들에게도 계속 교육하고 있지요.” 돗토리 민단에서 여는 심포지움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1:2의 비율로 참석한다고 했다.

그는 “십년 동안 참정권 운동과 재일동포들의 인권에 관한 운동을 전개하는 동안 47개현 중 22개 현에서 지방자치 내의 공무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바뀌었다”며 “승진은 할 수 없이 말단에만 있어야 하지만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가 있는 돗토리현도 2000년부터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역사인식”이라고 꼬집었다. 제도권 안에서 법적인 권리는 말할 수 없는 것은 일본이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는 것. 최근 4~5년 사이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이 악화됐고, 그것이 요즘의 헤이트스피치 형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했다.

“작년 한해에만 일본 각지에서 360번의 헤이치스피치가 있었다고 합니다. 매일 어딘가에서 헤이치스피치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는 일본 각지에서 헤이치스피치를 벌이는 것은 ‘재일 한국인의 특권을 용납할 수 없는 모임’이라는 뜻을 가진 단체라고 했다. 45개 지부를 두고 회원 수만 5천 명을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스피치를 넘어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것. “한국인들을 죽이겠다”, “한국인을 몰살시켜야 한다”, “도끼로 때리겠다” 등 무서운 발언으로 위협하고, 일부에서는 실제로 민족학교 등에서 폭력을 휘둘러 법의 심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법적으로 처벌 받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국인들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면서 “심지어 신변을 지키기 위해 귀화하려는 한국인이 늘고 있어 큰 일”이라고 말했다. 안전한 생활이 어려울 정도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우선 헤이트스피치를 퇴치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그는 이 역시 근본적 문제는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 독일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과거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해결방법이 없어요. 일단 인정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일본이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비극의 역사는 되풀이 될 것이라는 그는 “이러한 운동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 사람들을 불러 그들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돗토리민단에서 여는 심포지엄에 한국인보다 더 많은 비율의 일본인을 참석시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고. “일본의 역사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일본인입니다. 그러니 일본인들을 불러 이야기 해야지요.”

설 단장은 “지금은 돗토리민단뿐 아니라 몇몇 지방본부에서 참정권 운동과 인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전국의 민단에서 같이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재일동포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그리고 안전한 생활을 위해 끝까지 힘내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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