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근 회장 “브라질한인사회 자존심 세우고파”
박남근 회장 “브라질한인사회 자존심 세우고파”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4.09.25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미연합회 창설… 남미지역 한인사회 대표하는 기구로”

“봉헤찌로 한인타운에 한국문화 상징물 세울 계획”

▲ 박남근 브라질한인회장.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난 브라질월드컵 때 박남근 브라질한인회장을 TV에서 얼핏 본 기억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현지에서 원단사업을 하고 있는 박 회장은 한국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한 제반 일정을 조율하고, 대표팀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임시로 조직된 월드컵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벌어진 재미난 에피소드로 인터뷰를 시작한 박 회장은 ‘중남미’라는 말은 객관적으로 잘못된 용어라고 주장했다.

부산에서 열린 13차 한상대회에서 만난 박 회장은 “적도(equator)를 경계로 위쪽은 북중미, 그 아래쪽은 남미”라고 설명했다. 중미지역이 경제적으로 못사는 곳이니 남미와 합쳐 북미와 중남미로 나눠버렸다는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1976년 브라질로 이민 간 박남근 회장은 남아메리카 대륙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나라, 세계에서 5번째로 넓은 땅, 300여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1만여 개의 한인업체들이 들어서 있는 ‘브라질’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6만 5,000여명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브라질에 대한 자존심이다.

“각각의 언어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말하는 박 회장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수리남 등 남미 여러 지역과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과의 문화적 코드가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어와 문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남미지역 최대의 한인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브라질 동포사회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이민역사, 한인인구, 진출한 한국기업, 교역 규모 등 여러 요소들을 고려할 때 브라질이야말로 남미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거점지역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 옆에 있던 나성주 브라질한인회 부회장은 2013년 9월30일 기준의 외교부 자료를 보여줬다.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 교민이 2만 5,000여명, 파라과이 5,500여명, 칠레 2,600여명, 페루 1,500여명이었고, 나머지 국가들은 1,000여명 이하의 교민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 박남근(가운데) 브라질한인회장이 제13차 세계한상대회 이틀째인 9월25일 오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지역별 한상포럼-중남미’에서 남미 경제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 경제현황과 중남미 한상네트워크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9월 제8회 ‘한국문화의 날’ 행사를 열며 남미 지역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남미연합회’를 창설했다. 향후 중남미한인회총연합회(회장 박세익)라는 기존 조직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염려에 박 회장은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한인회장들도 연합회 창설 및 참여에 동의했다”며, “최근 재외동포재단과도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비록 조규형 이사장으로부터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지만 남미지역 전체 한인사회를 대표하기 힘든 기존 단체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미는 있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남미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를 논의함에 있어 지역적 안배는 물론 대표성 문제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회 및 선거에서 교민 600명에 불과한 볼리비아도 한 표, 6만명이 넘는 브라질도 한 표를 배정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며, 동포재단에서 얼마나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지 지켜볼 대목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브라질한인회 나성주 부회장, 박남근 회장, 이세훈 부회장.

한편, 브라질한인회가 추진하는 최대 행사는 매년 5월 열리는 ‘한국문화의 날’이다. 브라질월드컵 준비관계로 9월에 개최된 올해 축제에서는 1만 5,000여명이 참여했다. 내년은 3만명 이상의 참여를 목표로 행사준비를 철저히 하고, 관련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박 회장은 지난번 세월호 성금모금함을 도난당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한인회장으로서 부당한 오해를 받은 점도 힘들었지만, 한인사회 전체가 손가락질 당하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브라질 시민권자이며 현지 감사원 공무원이기도 한 이세훈 부회장은 “현지 경찰은 수사하는 과정에서 외부소행이 아닌 내부소행으로 확신하고 있다”며, “아직 수사결과가 모두 나오진 않았지만 총 500달러도 안되는 소액성금을 둘러싼 소동이 본의 아니게 한인회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 같아 송구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11살에 부모님을 따라 브라질로 이민 간 이세훈 부회장은 상파울루대학교 치의예과를 나와 6년간 치과의사 생활을 했다. 이후 아버지 사업을 돕고자 5년간 의류사업을 했고, 대학(법과대학)에 다시 입학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정도로 다방면으로 관심과 경험이 많다고 한다.

박남근 회장은 “좌파정권의 각종 정책, 경제활동 여건 악화 등으로 대부분 자영업으로 살아가는 브라질한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무리 사업이 불리하게 흘러가더라도 브라질 사회는 기본적으로 똘레랑스가 있는 곳”이라고 옹호했다. 향후 브라질로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을 위해 유망업종 추천을 부탁하자, 박 회장은 LED사업을 추천했다. 중국제품도 많이 진출해 있지만 질적으로 한국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9개월 남짓 한인회장직을 수행해 온 박남근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한인회 최대 사업인 ‘한국문화의 날’의 성공적 개최 외에도 봉헤찌로(Bom Retiro) 한인타운에 한국을 상징하는 조형물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인타운은 관할 시의회로부터 공식 지정받은 곳으로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오는 시점에서 한국문화의 상징물을 크게 세움으로써 이곳이 한국인들이 오랫동안 삶의 터전을 일구며 브라질 사회에 기여한 곳이라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고자 한다.

이번 부산 한상대회에 처음 참여했다는 나성주 부회장은 “투자해서 브라질로 가져가 팔 수 있는 품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사전에 품목별, 업종별 관련정보를 상세히 열람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반면, 한상대회에 두 번 참여했다는 박 회장은 “물론, 실질적 계약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나, 참여한 국내외 기업인들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관련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한상대회의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