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이주 150주년 특별연재-32] 이념붕괴와 경제붕괴
[고려인 이주 150주년 특별연재-32] 이념붕괴와 경제붕괴
  • 한국외국어대학 글로벌문화콘텐츠연구센터
  • 승인 2014.10.04 0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됐다. 연이은 구성공화국들의 분리와 독립은 한인들에게 안정보다는 또 한번의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우즈베키스탄 내에서는 우즈벡민족 중심의 민족주의가 득세하면서 한인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와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

특히 타지키스탄의 경우 1991년 독립직후에 내전이 발생하여 최소한 5만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많은 지식인들이 국외로 빠져나갔다. 1992년에는 러시아가 싸움을 중지시킨다는 표면적인 이유를 내세워 군대를 주둔시켰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내전의 후유증으로 수도인 두샨베에서는 폭탄테러와 암살이 자주 자행됐으며,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얽힌 여러 세력들(공상당원, 타지크족벌, 소규모 이슬람군, 군사지도자들)간의 무력충돌은 1997년 휴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지속됐다.

그 결과 중앙아시아 지역의 많은 한인들이 오랜 터전을 두고 살아온 고향을 등지고 특히 우크라이나, 백러시아, 카프카즈 지역의 볼고그라드의 흑토지대 등지로 자발적으로 이주를 떠났다. 타지키스탄의 한인들도 난민이 되어 농사를 목적으로 재이주 하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우크라이나 남부로 농업이주해 온 고 올가(50세, 타쉬켄트), 타지키스탄 난민들인 주 엘랴(52세, 두샨베)와 김 발렌틴(69세, 두샨베)이 바로 그들이다. 고 올가는 목화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월급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결국은 1990년대 후반에 우크라이나로 오게 됐다. 이보다 앞서 주 엘랴, 김 발렌틴도 타지키스탄의 내전으로 인한 혼란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피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왔다.

처음에는 도시로 들어왔지만 비옥한 토지가 있는 남부로 내려오게 됐다. 남부지역에서는 이미 많은 한인들이 들어와 농사를 짓고 있었다. 유럽의 곡창지대라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농토가 비옥하고, 일조량과 강수량이 좋아 농사짓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따라서 한 해 농사만 잘 지으면 집을 한 채 살 수 있을 정도로 농사를 지어서 큰 재미를 볼 수 있었다. 게

다가 저렴한 토지 임대료와 우크라이나 정부의 농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또한 고려인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한인들은 친지들을 불러 모았고, 그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 남부의 니콜라예프, 헤르손, 오데사, 장코이 등의 지역에는 고려인 집성촌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 상황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대 임대료와 세금을 올리고, 농산물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농작 환경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김 발렌틴은 “요즘은 농작물에 벌레도 많고, 비도 많이 오며, 농산물 가격이 낮아 돈벌이가 너무 나쁘다. 지금은 국가에서도 지원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돈을 벌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거주등록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인들의 삶을 더욱 더 불안하고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주해온 한인들이 곧바로 러시아 여권으로 갱신하지 않고 갱신기한을 넘겨버린 것이다. 결국에는 무국적 상태에서 비싼 거주등록비용 때문에 등록을 하지 못하고 6개월 임시등록에 180그리브나(약 40불)하는 임시등록증을 가지고 살아가야 했다.

정착농업이 아닌 고본질을 하는 한인들의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많은 한인들이 당장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농사일에 희망을 걸고 살아가야 했다. 임시등록증을 소지한 채 농사를 짓는 한인들은 농지 근처에 지어놓은 임시 막사에서 생활을 했다. 한인들은 옹색하기 그지없는 생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떠나 또 다시 개척의 길을 떠난 한인들은 오늘도 재기를 위한 또 한번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