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Garden] 샌디에고에 세종대왕님 오시다
[Essay Garden] 샌디에고에 세종대왕님 오시다
  • 최미자<미주문인협회 회원>
  • 승인 2014.10.15 0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샌디에고에 사는 어느 한국인 사업가가 십만 달러의 후원금을 내어 내가 사는 집근처 대학(SDSU)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된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오래전 UCSD에서 국문학을 가르쳤던 정정선 교수가 잠시 초빙되어 그 기초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당시 영어가 능숙하면 나도 자발적으로 나설 텐데 그러질 못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커서 지금은 최순자 교수와 함께 매년 작은 행사를 하며 한국어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지난 9월 중순경이었다. 샌디에고 주립대학교(SDSU)의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인 Wawrytko 교수로부터 반가운 한글행사에 대한 연락이 이메일로 왔다. 마침 10월6일은 공자의 날 행사를 하게 되었고 9일은 한글날 (Hangul Day) 행사를 열기로 준비하는데 참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얼마 후 컬러로 만든 안내광고가 완성되었다며 프로그램이 날아왔다. 나는 미국에 사는 한국 작가로 초대받았다.

10월9일 한글날의 행사를 샌디에고에서 하다니 가슴이 뛰었다. 네 명의 학부 외국학생들이 각자 나름대로 한국어를 배우는 체험담을 다양하게 준비하여 영어로 발표했다. 몇 해 전 나도 재미있게 보았던 뿌리 깊은 나무(Deep Rooted Tree)를 소개하는 학생도 있었다.

컴퓨터를 연결하여 칠판에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한국어를 상당히 공부한 학생들이 너무 예뻐서, 나는 행사 후에 나의 수필집을 그들에게 선물했다. 나의 발표시간에는 어제가 한국에서는 국가 공휴일 이었다며 한글날을 소개하며 나는 강의를 시작했다. 유창한 영어를 하지 못해서 처음에는 조금 긴장이 되었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교단에 서서 너무나 행복했다.

풍부한 어휘가 있는 한국어와 어려운 영문법이 많은 영어 글을 쓰면서 편리한 점과 불편한 점을 이야기했고, 내가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를 들려주었다. 대학생시절 나는 가정형편이 어렵고 마음고생이 많았기에 때론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는 이야기. 일상의 삶에서 도망가고 싶어 수녀나 스님이 될까도 여러 번 생각했었다고.

그렇게 내 인생을 고민하고 아파하면서 극복할 수 있었기에 오늘의 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문과 전공학생도 아닌 내가 세권의 책을 내는 작가가 되었듯이, 인생을 고민하는 것은 인생의 탐험이라고 말했다. 긴 세월 동안 내가 즐겨했듯이 가족과 친구에게 편지와 일기를 써보라고 권고 했다. 이 강의실에 있는 여러분 중에 누가 나처럼 미래의 작가가 될지 압니까라고 격려했다.

다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은 참 너그럽다. 대학에서 아시아의 문화와 학문으로 가르치며 열린 공간이 된지 꽤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방에 알려진 중국문화, 중국어와 일본문화, 일본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아직도 겨우 걸음마의 걸음이다.

원인은 한국정부와 국민의 무관심으로 재정이 부족하지만, 자질 있는 교사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교회의 주말 학교에서 무분별하게 가르치는 학습방법과 교육자격증을 갖추지 않은 교사들이다.

내가 고국의 국립 사대에서 4년 동안 교육방법과 철학 등 교육원리를 배우면서 참된 교사의 역할은 결코 쉽지 않음을 크게 배웠던 기억이 있다. 교사와 부모의 잘못된 교육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과 자녀들이 지금도 빗나가고 있는가. 진실하고 따뜻한 마음의 대화를 하려면 먼저 자신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

더구나 미국의 동포사회에서 자라는 자녀들이 사춘기가 되면 한글을 잘 몰라 영어가 통하지 않는 부모와 거리감은 더욱 커지기에 대부분 가정에 커다란 아픔의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만하는 부모들. 인생을 토의할 대상이 없는 외로운 자녀들. 한국부모들이 일류대학을 보내는 열정만큼 모국어를 배우는 일은 중요하지만, 뒤늦게야 크게 후회한다.

세상은 변한다고 하지만 올바른 교육철학만큼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리 물질문명과 첨단과학이 날마다 유혹할지라도 우리가 지녀야할 기본적인 사람다움은 결코 변해서는 안된다. 우리 역사에 어진 임금이었던 세종대왕께서 글자를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하여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위대한 한글. 24자 알파벳을 다시 머리로 외워서 종이에 써보며 자랑스럽고 고마운 한글날을 나는 맞이하고 보냈다.

 
 
 

최미자의 문학서재 안내 www.mijumunhak.com/mijaki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