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고] 아르헨티나 디폴트 유령을 몰아낼 수 있을까
[해외기고] 아르헨티나 디폴트 유령을 몰아낼 수 있을까
  • 박채순<정치학 박사, 존에프케네디 대학>
  • 승인 2014.10.20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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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기술적인 디폴트에 들어선지 10월 말이면 석 달이 된다. 이제 11월과 12월을 보내면 금년 한 해가 끝난다. 한 해를 보내고 희망에 찬 새해를 맞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아르헨티나 정부와 국민은 2015년 새해가 하루 속히 돌아오기를 고대한다.

금년 2014년 말까지는 그들을 구속하고 있는 RUFO 조항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2005년과 2010년의 1,2차 채무 협상을 하면서 채무 조정에 합의한 채권자들과 “채무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채권자에게 2014년 12월31일까지, 더 나은 지급 조건을 제시하면 우리에게도 같은 권리를 준다”는 이른바 RUFO(Rights Upon Future Offers) 조항 때문에 디폴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5년 초 하루를 기다리는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부이트레 채권(Fondo Buitre)에 대해 현금으로 13억3천만 불을 상환하라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것이 지난 6월 14일 이었다. 미국 법원의 토마스 그레이사 판사는 판결에서 브이트레 채권을 상환하지 않으면 다른 채무도 상환할 수 없다는 조건을 부가했다.

이 판결 후에 처음으로 6월 30일에 상환이 도래된5억3천 9백만 불에 대해 미국 뉴욕 은행에 송금했지만 법원의 명령으로 채권자들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고, 한 달의 유예 기간이 지난7월 30일에 정부의 의사와 능력에는 관계없이 기술적인 디폴트 상태가 되어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다.

디폴트 이후의 아르헨티나 와 부이트레 채권의 공방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 법원의 판결을 통해 기존 채무 조정 채무자들에게 정상적인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8월 19일 법원 관할지를 미국에서 아르헨티나로, 결제 은행을 미국 뉴욕 시티 은행에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으로 변경하는 “채무 우회상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법제화했다.

또한 9월 9일에는 유엔에 국가채무 조정 틀에 대한 안을 상정시켜 77+ 중국의 도움으로 찬성124, 반대 11과 41국가의 기권, 으로 통과 시켰다. 제네바 인권 위원회에서도 47개국 중 33개국의 찬성을 이끌어 내어 국제 사회에 아르헨티나 지지를 확산시키는 외교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멈추지 않고 크리스티나 대통령은 9월20일 자국 출신의 프란시스코 교황과 부이트레 문제를 협의했고, 22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 총장을 면담하여 이 부이트레 문제를 제기했다. 9월 24일 크리스티나가 제 69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 미국과 부이트레를 맹 비방한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한 반격으로 부이트레는 9월29일 그레이사 판사를 통해서 아르헨티나 정부의 미국 법원의 판결 불복종(Desacato)을 선언했다, 그러나 판사는 부이트레가 요구한 1일 벌금 5만불에 대한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다.

9월30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기존 채무자에게 상환할 1억6,100만불을 그들이 결제은행으로 지정한 국책은행 나시온 피데오코미소스(Nacion Fideocomisos)에 결제용으로 예치하였다. 이런 조치로 아르헨티나 정부는 아직 까지 그들의 상환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10월6일에는 IMF가 아르헨티나 정부가 유엔에 요청한 것과 같은 국가 채권에 대한 부이트레의 문제를 인정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 하겠다는 의견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미 법원에서는 아르헨티나 관련 자금 수색을 한다는 보도다.

향후 전망

최근에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는 “조국이냐 부이트레냐 (Patria Buitres)”라고 조국과 부이트레 중 택일 하라는 벽보가 대통령 사진과 함께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부이트레 재판이 아르헨티나에 불리하게 나지 않았던 시기에 스페인 렙솔과 YPF몰수에 대한 보상 합의와 파리 클럽에 대한 채무 조정 등 국제 금융의 신뢰를 통해서 국가 발전을 도모코자하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하다.

경제 학자들과 산업, 금융계 등에서는 부이트레 채무를 시급히 조정하여 국가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상적으로 외자 유치를 통하여 재정을 건전하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한다. 정부도 아르헨티나가 외부에서 자본 유입이 되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진 외환 보유고를 올리고 정상적인 산업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최근에 경제장관과 뜻이 맞지 않아 교체된 파브레가(Juan Cárlos Fábrega)총재의 뒤를 이어 새로 임명된, 중앙은행 알레한드로 바놀리(Alejandro Vanoli)신임 총재가 이번 주에 월 스트리트 중요 은행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 앞에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부이트레 채권자들에게 채무 이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다. 경제 장관과 가까운 신임 중앙은행 총재는 대통령과 경제장관의 부이트레와의 타협이 불가능한 듯한 종래의 강경 입장과는 차이가 나는 표현을 한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부이트레에 굴복하지 않고 체면을 구기지 않은 방법으로, 어떤 식이든지 부이트레와의 교섭을 통해서 원만하게 결말을 짓고, 국제 금융기구에로 진출하여 필요한 자금을 지원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에 이어 대통령을 꿈꾸는 여당의 유력 주자 다니엘 시올리(Daniel Sciloi)는 부이트레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진단을 하고, 그를 대변하는 경제 학자인 미겔 베인(Miguel Bein)은 아르헨티나가 두 병의 물병만을 가지고 사막을 횡단해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곤궁함을 견디어 낼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2014년 9월까지 1년 동안에 환율이 50%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40%에 이르지만 임금과 연금 인상은 30%에 그쳐 실질 임금이 10% 떨어졌으나 정부의 인상은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각종 산업의 후퇴로 해고가 일반화 되어 어느 때 보다도 경제 상태가 악화되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말에 더러 있었던 슈퍼마켓 강탈 등 사회적인 소요 사태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내년에 있을 선거에서 재집권은 현 정부의 정책 운영 결과에 직결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외적으로 부이트레 문제엔 대한 세계인의 이해가 높아졌다고 해도 실질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길지 않은 2015년 까지 크리스티나 정부가 어떤 정책과 방법으로 RUFO 조항에 묶여있는 디폴트 유령을 말끔히 몰아낼 수 있을 지가 세계인의 주목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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