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 체험수기①]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 한국문화를
[한국어교육 체험수기①]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 한국문화를
  • 소선주 교사(미국 밀워키 한국학교)
  • 승인 2014.12.0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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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주: 올해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총장 이동관)가 주최한 ‘제5회 국내 및 해외 한국어 교육자 체험수기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 중에서 해외 한국어교육자들의 우수작품들을 서울문예대 육효창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의 협조를 통해 연재합니다.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 한국문화를(최우수상 수상작)
소선주 교사(미국 밀워키 한국학교)

“엄마, 한국에서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
“왜?”
“한국어를 배우는 게 영어를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
“그래? 미국 중학교에 다니면서 영어 못해서 힘들지 않아?”
“응. 영어를 못해서 내가 힘든 것도 있는데, 내가 영어를 배우는 것은 다른 말을 쓰는 사람이 한글 배우는 것보다 더 쉬운 것 같아. 일본에 갔을 때도 일본 사람들이 우리 말 발음을 어려워하더라고. 밀워키 한국학교 아이들도 한글을 읽어도 한국말 하기를 힘들어 하는 것 같아.”

▲ 미국 밀워키 한국학교 소선주 교사.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서인지 한글 배우기가 그리 어려운 것임을 실감하지 못했다. 국제화 시대니 다문화 환경이니 하는 것은 그저 영어를 잘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이 마흔 넷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아이들과 매주 토요일 밀워키 한국학교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우리 것을 가르치는 것을 너무 쉽게 시작했다. 하지만, 영어권 학생들에게 우리 것을 더 알기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부를 더 해야 했다.

처음에는 한국에서 내 아이들에게 말과 글을 가르쳤던 것같이 하나하나 주입시키기 바빴고, 재미있게 가르치고자 종이 접기니 사물놀이니 동요, 율동 등 기술적인 부분을 개발하기에 바빴다. 유아기가 말을 배우는 시기이고 글을 병행하면서 한글과 친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5세 이전에 한글을 배울 수 있도록 유아반을 개설했고 유아용 교재를 개발하면서 아이들과 배우며 가르치며 근근이 벌써 8년이 되어간다.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치고 우리 것을 세계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사명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위스콘신 주립대학 교육학 석사과정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는데 미국 교수나 학생들이 내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도 교수인 낸시 교수님이 “왜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그저 졸업하고 돌아가기가 바쁘죠? 한국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도 않고?”라고 물었다. 나는 “실제 한국은 오천년 역사를 가지고 지금도 자꾸 발전해 가는 나라입니다. 단지 영어가 서툴러서 그걸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하고 대답하면서 몇 분의 선배들이 우리 역사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적어서 그 동안 자신 있게 한국에 대해 얘기하지 못했다는 경험담에 가슴이 아려왔다.

내 마음 속에서는 ‘식민 사관에 절어서 우리 것의 훌륭함을 드러내지 못하던 시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동포 2~3세에게도 새로운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한국학교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미국의 것을 배워서 한국을 발전시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한국의 역사, 문화, 한글 등 좋은 것을 세계인들에게 알려서 세계 속에 한국을 심어줄 수 있어야겠다. 대한민국은 한반도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사는 모든 곳을 한국 땅으로 만들어 갈 수 있으면 그게 세계화이고 애국하는 일이다.’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간단하게나마, 8년간 한국어를 가르쳤던 경험담을 몇 가지 나누고자 한다.

첫째, 한국 어린이 합창단이 있었는데 아이들에게 가사를 영어로 발음을 적어주며 외워서 부르게 하는 것을 보고 한글 수업을 만들었다. 노래 가사 내용을 단어하나하나 설명하기도 하고, 내용을 영어로 번역시키기도 하고, 작사 작곡하신 분들과 그 노래의 역사적 배경들을 알려주면서 한글 수업을 하니 노래하는 아이들이 좀 더 감성적인 표현도 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을 위해 직접 만든 교재를 인쇄해서 나눠 주자 한 학부모님께서 내게 “어디서 이런 내용을 복사해 오세요?”라고 물었다. 내가 밤새가면서 만들어 왔다고 하자, 갑자기 자세를 고치면서 그저 복사물이라고 생각해서 쉽게 다루었는데 미안하다는 것이다. 살짝 웃음이 나왔다.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 지금도 밀워키 한국학교에서는 한국어 수업은 각 연령별 수준별로 분반을 해서 가르치고 있고, 역사 문화 수업은 가능한 통합하여 단체 수업을 한다. 매주 다른 주제를 하나씩 정하고 그것을 담당할 선생님을 배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한국 요리 시간은 깍두기 만들기, 김밥, 김치부침개, 잔치국수, 송편, 만두 등 아이들이 직접 해 볼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병원놀이 하는 때는 지역에서 의사 선생님들을 초청해서 소아과, 안과, 치과, 산부인과 선생님들께서 오셔서 아이들에게 병원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질의응답도 받아주셨다. 시장놀이 때는 한국 돈의 모형을 가지고 직접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도록 과자 가게, 떡볶이 가게, 과일 가게, 김밥가게, 장난감 가게를 개설했었다. 부모님들도 함께 참석하며 “얼마예요?”, “거스름돈 여기 있어요.”하면서 돈도 세어보고 계산도 할 수 있게 했다. 자신이 산 물건을 자랑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셋째, 역사 수업을 유·초등부를 대상으로 할 때는 만화영화를 찾아서 보여주고 주제어를 써보거나 그림으로 표현하고 퀴즈로 맞춰보는 등의 활동으로 배우는 시간을 만들었다. 어느 날, 자원봉사 온 고등학생이 내게 얘기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않고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다른 수업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배우는 내용에서 크게 차이가 없지만, 한국 역사를 배울 기회가 없었고 미국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서 물으면 말해 줄 것이 별로 없는 게 안타까워요. 한국학교에서 뭔가를 배울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없어요?”고 했다. 번쩍 정신이 나서 역사 수업을 만들어 공고를 하자, 입양아로 미국에서 자란 어른들도 참석하게 되어 한글과 영어를 섞어가며 수업을 하였다. 이때 영어와 한글로 병행해서 쓰인 한국역사책이 매우 유용했다.

넷째, 여름 방학 동안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한국문화를 가르치게 되었다. 한 시간은 한국어, 한 시간은 문화 수업으로 구성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원리를 이용해서 한글을 전혀 모르던 친구들이 처음 두 시간 만에 한글 자모를 다 외워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한국 문화 시간에는 의식주를 기본으로 온라인 자료도 보여주고, 직접 한복도 입어보고, 종이 접기로 만들어 보고, 김밥도 만들어 보고, 김치와 불고기를 들고 가서 먹어보게도 하고, 한옥의 구조와 온돌 등의 특징도 알려주고 모형 만들기도 해 보았다. 주변에서 태권도장을 하시는 분을 초대하여 태권도 동작도 배우면서 예절과 자기방어 기술에 대한 수업도 하였다. 매일 두 시간씩 열흘간 수업하며, 마지막에는 자신이 배운 것으로 시조도 쓰고 책을 만들어 가게 했다. 단순히 K-pop이나 영화 드라마를 보고 알았던 부분에서 더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가르쳐 줘서 고맙다는 감사편지도 받았다.

다섯 째, 한국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우는 미국 가정에서 아이들의 자긍심(self-identity)을 위해서 한국을 가르치고자 연락이 와서 부모님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날 배운 내용은 발음을 녹음해서 이메일로 보내주고 연습하라고 숙제를 주었다. 부모가 모르니 아이만 학교에 보내도 숙제도 도와줄 수 없고 말이 통하지 않으니 가르치기 힘들었는데 함께 배우니 좋다고 했다. 하루는 세 살짜리 아이가 “이게 한국어로 뭐야?”하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하자 아이가 하는 말이 “소 선생님께 전화해 봐(Call to Seonjoo.)”해서 함께 웃었다.

한국이 어느 곳에 있는 지도 모르고 삼성, 엘지, 기아, 현대를 이용하면서도 한국과 관련 있는 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한국회사를 다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한국말도 좀 배웠냐고 물으니 “그 회사를 다닌다고 해도 한국어는 몰라도 된다. 이미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잘해서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좀 씁쓸해 하며 얘기했다. 딸아이 말대로 한국사람이 한국을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우리나라를 사랑해 주겠느냐고 하듯이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고 세계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가르쳐 줄 수 있는 행복한 한국어 교사가 되도록 더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고자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수상 소감

3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에서 육효창 교수님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글을 가르치는데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제자 원리를 천지인(天地人) 세 가지로 시작해서 현재 쓰이는10개의 모음이 만들어 진 것을 무척 열성적으로 강의하셨습니다. 그것을 듣고 미국 사람들에게 설명하는데 훨씬 용이했습니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고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내가 교육에 게을러지는 것 같아 다시 마음을 잡으려고 수기를 써보았습니다.

한국을 떠날 때는 공부 좀 하고 다시 돌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나왔는데, 와서 보니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또 내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나이 오십이 넘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듯 활기차게 살아갈 힘을 주었습니다. 그런 기회를 준 밀워키 한국학교와 한국을 가르치러 다닐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더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물씬 물씬 납니다. K-pop, 한국영화나 드라마로 많은 미국 친구들이 한국을 물어올 때 자랑스런 우리나라로 설명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습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로 알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작품도 읽고 저도 많이 배우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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